거듭되는 대출 규제…월세화 가속 우려
9·7대책 전세대출 한도 제한…월세 전환 빨라진다
전세 줄고 월세 늘고…취약계층 주거비용 증가 우려
“전세도 여신”…전세사기·역전세 방지 효과 기대
2025-09-09 15:34:46 2025-09-09 17:00:36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가 잇따른 가계대출 관리 강화책을 내놓으면서 서민 주거 시장에 ‘월세화 가속’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가계대출이 4조원 넘게 증가한 가운데, 6·27 대책에 이어 9월7일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전세대출과 사업자 대출 규제까지 대폭 보강된 것입니다. 
 
전세대출 규제 강화…서울 전세시장 ‘위축’ 가속화
 
국토교통부등 관계부처는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LTV)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일괄적으로 2억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기존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기존 보증 기관별로 2억2000만원~3억원까지 가능했으나, 9·7 대책으로 인해 앞으로는 일괄 2억원으로 줄어듭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1주택 차주 5만2000명 가운데 약 30%가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평균 6500만원가량의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에 상급지 전세 수요가 위축되고 월세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권도 전세 대출 규제 행렬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8일 오전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했으며, 하나은행은 주담대의 비대면 취급을 막았습니다. 
 
월세 비중 증가 가팔라…‘전세 몰락’ 현실화
 
전세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은 주택 임대차 시장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신규 임대차 계약 가운데 전세 비중은 52%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년 같은 달(59%)에 비해 7%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반대로 월세 비중은 41%에서 48%로 7% 포인트 늘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세의 월세 전환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국 기준 전세 비중은 2019년 약 60%에서 올해는 45%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올해 월세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4%를 넘어서며 ‘전세의 몰락’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 추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세 매물은 지난 6월 6일 기준 2만6159건에서 9월 6일 2만2927건으로 꾸준히 감소했지만, 월세 매물은 같은 기간 1만9729건에서 1만9259건으로 사실상 변동이 없었습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만큼 월세로 전환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 “대출 규제 지속 시 취약계층 주거 불안 심화”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규제가 장기화하는 추세라며, 이는 임대차 시장에 전세 공급 위축과 월세화 가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상급지 전세를 갈아타는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영진 랩장은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세를 얻기 어려워지면 외곽이나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아파트 대신 비아파트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은 주거 선택지가 줄어드는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전세대출도 결국 여신이기 때문에 상환 능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무리하게 고액 전세를 대출로 마련하는 행태를 억제하고 전세 사기나 역전세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원갑 KB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사회적 이슈가 됐던 빌라 전세사기가 전세 물량 감소 등 전세 소멸의 기폭제가 됐고, 지속되는 전세대출 규제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질수록 세입자의 주거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지속된다면 주택 임대차 시장은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자금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박원갑 위원은 “월세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의료와 교육, 주거 등 복지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며 “특히 이번 9·7 대책이 언급한 공공임대주택의 착공이 계획대로 진행돼 선진국 수준으로 물량이 많아야 하며, 주거 바우처 제도의 확대도 필요하다. 그래야 세입자의 주거 안전망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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