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혈맹국의 횡포
2025-09-09 14:55:43 2025-09-09 16:17:47
최근 미국 이민 당국이 한국 기업의 직원 수백명을 체포해 구금한 초유의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익히 알려졌듯 자국우선주의 기조하에 혈맹마저 돈줄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에 횡포라는 이름의 갑질이 더해진 까닭이다
 
이번 사태는 편법적 비자 발급으로 출장을 이어온 한국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는 별개로 혈맹’이라는 이름이 민망한 미국의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난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압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짓는 혈맹국 기업의 뒤통수를 때린 격으로, 투자 이행의 결과가 쇠사슬에 묶인 채 불법체류자 구치소로 끌려가는 형국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들은 불법체류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역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그의 인식을 재확인해줄 따름이다
 
특히 자국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혈맹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달린 일임에도, 이에 상충되는 초강경 이민정책을 유지한 채 이뤄진 대규모 체포는 사실상 횡포에 가깝다. 미국은 합법적인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연간 85000개를 발급하고 있지만, 한국인 배정 비율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같은 FTA 체결국인 싱가포르나 호주, 칠레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결국 강압적 투자 요구를 이행하기 위한 기업의 합법적 인력 파견 마저 불법체류로 낙인찍음으로서 결국 허울뿐인 혈맹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 
 
현지 언론의 비판도 거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급습은 새로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온 미국의 주요 동맹국 한국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현대, 삼성, LG와 같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장려해왔다”며 “하지만 비자 배정을 대폭 엄격하게 해 그들이 공장 건설을 위해 숙련된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을 더 어렵고 비싸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모순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뒤따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직접 고용 압박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전문 인력을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우리가 반대급부로 요구하는 것은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이민 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 단속 현장. (사진=ICE 영상 캡처)
 
한국 기업 길들이기 시도이자 ‘비자를 줄 테니 미국인을 훈련시켜라는 뻔뻔한 요구인 것이다자신의 정책 모순에 따라 합법적 비자 통로 확대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숙련 교육까지 해달라는 이 같은 태도는 혈맹국을 돈과 기술노하우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도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경제 발전을 도와준 혈맹의 개념은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횡포로 가뭇없이 사라지고 있다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은 혈맹보다는 이미 경쟁자에 가깝다. 미국이 혈맹이 아닌 경쟁자라면 그 횡포에 저항할 연대도 필요하다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관세 횡포와 갑질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제 미국 없는 세계 경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배덕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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