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재계가 여당에 상법 개정안 추진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노란봉투법과 1차, 2차 상법 개정에 더한 3차 개정 움직임까지 본격화하자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여당은 9회 경기를 하는 야구 경기를 빗대어 상법 등 경제 입법 활동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민주당 오기형 특위 위원장, 권칠승 TF 단장과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등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9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상법은 회사 활동의 아주 기본법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개정할 때마다 전문가 특위도 만들어서 심도 있는 토론이나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법안이 마련되고 국회에서 논의가 됐다”면서 “최근에 두 차례 상법 개정은 의원님들께서 발의된 법안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처리가 되는 게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상법뿐 아니라 노란봉투법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법이 개정되다 보니까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에 보완하겠다는 말은 있었지만 한꺼번에 개정이 되다 보니까 현장에서는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됐던 내용들이 1, 2차 상법 개정을 통해 대부분 다 개정이 됐다”며 “배임죄, 경영 판단의 원칙 등 보완 입법이 우선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 5000 특위 위원장은 “‘상법 개정을 2번 했으니까 이제 법 개정을 다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저는 ‘9회까지 하는 야구 경기에 비유하면 이제 2회 마치고 3회 초 들어가고 있다’고 상황 인식을 말씀드리고 있다”며 상법과 관련한 입법 활동을 지속해 나갈 뜻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저희가 추진한 상법 개정은 ‘거수기 이사회’를 책임지는 ‘책임지는 이사회’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정기국회 회기 동안 자사주 제도에 대한 개선, 의무 공개 매수 제도를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여당은 경제 형벌을 합리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권칠승 경제형벌 및 민사책임 합리화 TF 단장은 “우리나라에는 과도하거나 중복된 경제 형벌에 대한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왔다”며 “배임죄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될 뿐이고 기업활동과 민생경제를 옥죄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 많이 있는데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규정들의 합리성을 재검토하고 기업과 국민이 예측 가능한 법질서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어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도전적 경영 판단을 지원하고 보상과 책임이 필요한 경우에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이것이 우리 기업의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며 민주당이 지향하는 균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경제단체는 민주당에 배임죄 완화 방안, 자사주 소각 관련, 경제 형벌 합리화 등 크게 세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코스피5000특위 위원인 김남근 의원은 간담회 후 “배임죄에 대해서는 ‘경영 판단 원칙’ 도입이나 사문화된 상법상 특수배임죄 폐지, 또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0억원 기준이 만들어진 지 20년이 됐는데 기준을 조금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자사주 문제에 대해서는 “소각하더라도 예외를 만들어야 한다, 임직원 보상이나 미래 투자 기제로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소각해도 유예기간이 1년이 안 되는 건 너무 짧아 기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했습니다. 경제 형벌과 관련해서는 “대기업들은 공정거래법상 형벌이 다른 나라와 달리 상당히 많은 형벌이 있다고 말한다”며 “정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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