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반이민' 기조에 미 직격탄…커지는 '트럼프 딜레마'
트럼프 빗장 "더 이상 괜찮은 척 못 한다"…국제사회 불신 확대
지역 경제·교육·비즈니스까지 파급…"글로벌 경쟁력 후퇴 불가피"
2025-09-15 16:00:00 2025-09-15 17:03:40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일하러 온 한국인을 범죄자로 취급해 내쫓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도 넘은 정책이 연일 논란을 일으키면서 미국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고율 관세와 반 이민적 기조가 맞물리며 외국인 관광객까지 미국을 등지고 있는 겁니다. 미국 관광업계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는 손실을 체감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안보 우선 기조가 유지되는 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되돌리기 어렵다고 우려합니다. 결국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치적 선택이 오히려 관광산업은 물론 지역 경제 전반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강화된 단속에…국제선 입국자 감소
 
14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집계를 인용해 "올해 4월 이후 미국 주요 10개 국제공항을 통한 입국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꾸준히 줄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30일 기준 국제선 입국자는 전년 대비 7% 감소했습니다. 부활절 연휴 시점 차이로 일시적 변동이 있었지만 5월 이후로는 줄곧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캐나다 관광객은 25%나 줄었습니다. 국경을 맞댄 지역의 호텔, 외식업, 소매업 등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 캐나다 국적의 여행객은 “더 이상 괜찮은 척하고 싶지 않다”며 미국 방문을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고율 관세, 반이민적 발언, 강화된 출입국 단속을 외국인 관광객 감소의 3대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강경한 이민정책을 밀어붙이며 "불법 이민자를 반드시 추방하겠다"는 발언을 이어왔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정식 비자를 가진 여행객조차 심문과 추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을 낳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여행사 투이(TUI) 최고경영자도 "엄격해진 국경 심사로 유럽인들이 미국 대신 캐나다·아시아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규 비자 수수료 부담 가중…한국인에게도 부담 확산
 
여기에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신규 250달러(약 35만원) '비자 무결성(Visa Integrity) 수수료'도 외국인들의 발길을 더 멀어지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수수료가 도입되면 일반 비자 발급 비용은 442달러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 됩니다. 한국처럼 무비자 프로그램(ESTA)을 활용하는 국가는 직접적인 부과 대상은 아니지만, ESTA 수수료는 21달러에서 40달러로 인상될 전망입니다. 유학이나 취업 등 비자가 필요한 한국인에게는 사실상 '추가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관광 수요 위축은 곧바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WTTC)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여파로 2025년 한 해 국제 방문객 지출이 125억~29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지난여름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국제 관광객은 13% 줄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 장벽이 높아질수록 관광객은 다른 목적지를 선택한다"며 "정치적 메시지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인 여행자도 예외는 아닙니다. 단기 관광이나 출장은 무비자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접적인 타격은 덜하지만, 수수료 인상으로 부담이 커집니다. 유학이나 취업 등 장기 체류 목적의 비자를 준비하는 경우에는 수백달러의 비용이 추가됩니다. 미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려는 한국인들은 더 높은 진입 장벽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수치 감소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고율 관세와 반이민 기조가 장기화되면 미국의 '여행 친화적 국가' 이미지가 훼손돼 관광업계뿐 아니라 교육·비즈니스 분야까지 신뢰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는 "정책적 마찰이 누적되면 미국은 글로벌 여행시장 경쟁에서 점차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적었습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국 이민 당국의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번 발언은 반이민 정책을 우려하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고 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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