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3년, 정의선의 5년…경영 성과 ‘희비’
현대차·기아 영업익 5조서 26조로 성장
삼성전자 영업익 43조서 32조로 하락세
“그룹 여러 도전 직면…수장의 역량 중요”
2025-10-13 16:07:29 2025-10-13 17:27:31
[뉴스토마토 배덕훈·표진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각각 취임 3주년, 5주년을 앞두고 재도약 경영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지난 2022년 취임한 뒤  뉴삼성구축에 속도를 내온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 부진 장기화 등 그룹 주력 사업 전반을 흔드는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을 옭아매온 사법 리스크에 마침표를 찍은 만큼, 이제는 경영자로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지난 5년간 현대차그룹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어 글로벌 3’ 완성차업체로 안착 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관세 전쟁과 중국의 거센 추격에 따른 경쟁 격화 등 산적한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월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4일 취임 5주년을, 이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3주년을 각각 맞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1, 3위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재벌 3세로 비슷한 시기 수장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취임 후 경영 성과에서는 다소 엇갈린 성적을 냈습니다
 
정의선, 경영 성과에도 과제 산적
 
먼저 14일 취임 5년 차를 맞는 정 회장은 2020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현대차그룹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3’ 완성차 그룹으로 도약했고, 전동화 전략과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퍼스트 무버’(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입니다
 
2019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 5위였던 현대차그룹은 20223위로 뛰어오른 후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과의 3강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액도 20191638924억원에서 지난해 2826800억원으로 73% 늘었고,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은 56152억원에서 269067억원으로 380% 급증했습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성과는 정 회장의 경영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체계적이고 발 빠른 전동화 전략,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 맞선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제네시스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등이 대표적입니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변화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정 회장은 다양한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을 동시에 추진하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에 대응하면서 친환경차 체질 혁신에 대응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차의 친환경차는 201937만여대에서 지난해 4배가량 증가한 141만여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남겼고,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19.4%로 늘었습니다정 회장은 또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수소전기차 분야 외에도 로보틱스, AAM(미래항공교통) 등 신사업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취임 5년 차를 맞은 정 회장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올해 4월부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부과된 25%의 자동차 관세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힙니다. 후속 협상의 난항으로 관세 인하가 멈춰선 한국과 달리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이 관세를 15%까지 인하한 상태로 가격 경쟁력 약화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 까닭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3분기 관세로 인해 2조원 안팎의 영업이익 감소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퍼스트 무버로서 전기차 전환을 선도했지만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따른 경쟁 격화도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신년회에서 현재의 위기를 퍼펙트 스톰이라고 평가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이순신 장군과 같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취임 3주년 이재용…위기 극복 절실
 
오는 27일 취임 3주년을 맞은 이 회장 앞에는 더욱 냉엄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이 여전한 가운데, 미래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도 고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귀국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 회장이 취임한 2022년 이후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는 실적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43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2365700억원으로 추락했습니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며 DS부문에서 연간 1488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위기론은 고조됐습니다. 지난해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부진을 어느정도 상쇄하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입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부진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이후 과감한 경영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여파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기간 동안 초격차 기술력을 자부해 온 반도체 사업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1위 업체인 TSMC와 글로벌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욱 커졌고, 글로벌 D램 시장에서는 HBM을 선점한 SK하이닉스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그나마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의지가 강한 바이오산업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중요한 선이 있는데 사법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기에는 한계, 또는 위축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자신을 오랜 기간 옭아맨 사법 리스크를 떨쳐낸 만큼 그룹 전반의 난국을 극복할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주력인 반도체 분야의 기술력·경쟁력 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등 이 회장이 이제 오롯한 경영자로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회장도 지난 22심 무죄 선고 이후 오디오·공조·바이오 등의 다수의 글로벌 M&A를 성사시키고 조 단위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테슬라·애플로부터 수십조 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내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전방위적 글로벌 AI 협력을 맺는 등 시너지 극대화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변화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룹 안팎에서는 향후 반도체와 AI, 바이오, 로봇 등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투자 결정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뉴삼성비전을 제시한 이후 7년여의 시간 동안 이렇다 할 비전 메시지가 나오지 않은 만큼 취임 3년차를 맞이한 시점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 회장이 경영 비전을 제시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현대차는 전기차, 삼성은 TSMC, AI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그룹 수장들이 어떤 역량을 펼칠지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배덕훈·표진수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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