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유승민 전 국회의원의 딸 유담씨가 인천대 글로벌정경대학 무역학부 국제경영 전공 교수로 임용된 뒤 맡은 첫 과목은 '국제마케팅'입니다. 그런데 인천대가 유씨와 함께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던 다른 지원자를 교수 임용에서 탈락시킨 이유는 그의 연구 실적 중 '국제마케팅'에 관한 게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인천대가 '국제마케팅 전문가'라면서 전공자는 배제해놓고 그 강의를 유씨에게 맡긴 겁니다.
인천대는 지난 5월 '2025학년도 2학기 인천대 전임교원 공개채용'을 실시, 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유담씨를 무역학부 국제경영 전공 교수로 임용했습니다.
SSCI 6편 전공자는 떨어지고…유담, 박사 마치고 6개월 만에 교수돼
16일 <뉴스토마토>가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인천대 채용심사위원회 추천서'에 따르면, 인천대는 해당 공개채용에서 유담씨와 함께 최종 2인 면접에 선발된 지원자 A씨를 탈락시키면서 그 사유로 연구 실적이 본 학부가 금번 채용에서 원하는 분야(국제경영, 전략)에서 다소 벗어난 '국제마케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천대는 A씨에 대해 "논문 게재에서 지원자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고, 국내 4년제 대학에서 이미 조교수로 재임 중이라는 장점이 있다"고 하면서도 "공개 강의 및 면접 평가에서 다소 일반적인 답변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인천대학교 채용심사위원회 추천서 캡처. (사진=진선미 민주당 의원실)
실제로 본지가 확보한 인천대 지원자 이력서에 따르면, A씨는 국내 대학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 했습니다. 이후 석사는 국내 대학에서 국제경영학(국제경영론), 박사는 국내 대학에서 국제경영(국제마케팅)을 전공했습니다. A씨는 현재 국내의 다른 대학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하며 '국제경영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1학기 A씨는 근무 중인 대학에서 '글로벌경영', '글로벌윤리경영' 등을 강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A씨는 이력서에 국제경영 관련 해외 현장 경험이 있고, 이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실무자들을 강의에 초빙하겠다는 계획까지도 기재했습니다. 또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22편의 논문 연구 실적도 제출했습니다. 논문 가운데 A씨가 제1저자 또는 공동저자로 국제저명학회지에 실은 SSCI(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 사회과학 인용지수)급 논문은 4건, 교신저자로 올린 SSCI급 논문은 2건입니다.
그럼에도 인천대는 A씨가 '채용에서 원하는 분야(국제경영, 전략)' 대신 국제마케팅에 관한 연구 실적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탈락시켰습니다. A씨 대신 유담씨가 교수로 뽑힌 겁니다.
하지만 유씨의 경력이 A씨에 비해서 더 나은 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제기됩니다.
인천대 전임교원 공개채용 당시 유씨는 국내 대학 법학과 졸업하고, 석사는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는 국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유씨는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고려대학교에서 경영대학 강사 근무,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간 고려대학교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전부였습니다.
유씨는 지원 당시 10편의 논문 연구 실적을 제출했는데, 이 중 6편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만에 한국국제경영학회, 한국국제경영관리학회 등에 게재된 단독 논문입니다. SSCI급 논문은 지도교수와 함께 이름을 올린 1편이 전부입니다. 유씨가 인천대에 지원한 건 박사학위를 받은 지 80일 만입니다. 박사를 마치고 6개월 만에 강단에 서게 된 겁니다.
특히 유씨는 인천대가 A씨를 떨어트린 이유가 무색하게 올해 2학기 국제마케팅 과목을 맡았습니다.
인천대 무역학과 국제경영에 임용된 유담씨의 강의계획서. (그래픽=뉴스토마토)
유담-A씨 1차 심사 땐 평가 크게 벌어져…2차 심사선 당락 뒤집혔다
A씨는 경력 점수와 학력 점수, 논문 실적 등을 평가하는 1차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1차 심사 과정에서 유씨는 경력 점수, 학력 점수, 논문의 양 등에선 만점을 받았지만, 논문의 질적 평가(30점 만점)에서 점수가 낮았습니다. 결과적으로 A씨와 유씨는 10점 정도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씨는 논문 발간 횟수도 만점이었고, 논문의 질 심사에서도 최상위에 있었기 때문에 1차 심사에서 총점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1차 심사에서 A씨와 10점가량 큰 차이가 벌어졌던 유씨는 2차 심사에서 격차를 뒤집을 만큼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2차 심사는 전공 적합성, 학문적 우수성, 공개 강의, 면접 등을 치르는 과정입니다. 유씨는 전공 적합성(10점 만점), 공개 강의(10점 만점), 면접 심사(10점 만점)에서 A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학문의 우수성(20점 만점) 평가에서는 A씨와 유씨가 비슷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때문에 2차 심사에서 두 사람의 총점이 뒤집혔습니다. 3차인 채용 심사위원회 면접 점수를 포함한 전체 점수에선 유씨가 근소한 차이로 A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대는 '채용심사위원회 추천서'에서 "(유씨는) 논문 기발간 실적은 다소 적으나, 이미 국제 학술지 발간이 확정된 논문을 다수 보유한 점 등 향후 연구 수행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 연구방법론의 독창성, 교육 수행 계획의 독창성 등에서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5월7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딸 유담씨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에 아버지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대는 그간 1차 평가를 '블라인드'로 진행했다고 해명해왔습니다. 1차 심사에서 인적 사항 등을 가린 채로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인천대가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교수 임용 절차' 관련 답변서에서는 "온라인 접수 단계에서 '성별·연령·사진 비공개'"라고 명시했습니다. 성별과 나이, 얼굴 사진은 비공개지만, 이름은 확인이 가능한 겁니다. 공교롭게도 유담씨는 이름이 독특했고, 부친인 유승민 전 의원이 2017년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 아버지와 함께 공개적으로 유세를 하면서 이름이 대중에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블라인드로 진행했다던 1차 심사에서 학력·경력·논문의 양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곤 유씨를 포함해 단 3명뿐입니다. 1차 심사와 달리 인천대 교수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는 2차 평가에서 유씨가 최고점을 받으며 경쟁자들을 제친 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천대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더라도 유씨를 '밀어주기'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이에 대해 인천대는 진선미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2025년도 2학기 전임교원 공개채용에서 무역학부는 학과 논의를 통하여 국제경영 쪽 분야에 비중을 두고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인천대는 "평가위원 대다수 의견은 유담 지원자가 채용하고자 하는 전공 분야와 적합성이 가장 크고 연구 실적 및 연구 방향에 대한 방향성이 확보하여, 연구 경력이 다소 짧지만 향후 발전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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