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에 한숨 돌린 SK…재산분할액 ‘촉각’
'지배구조' 우려 해소한 SK…투자 가속 전망
미국·APEC·AI 서밋…최태원 경영 행보 박차
불씨 남은 이혼 소송…비자금 의혹도 변수로
2025-10-16 14:19:42 2025-10-16 14:37:48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1조원대 재산분할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자 SK그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재산분할액 마련을 위한 당장의 유동성 압박에서 일단 벗어난 만큼, SK그룹은 막바지에 이른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작업과 반도체, AI 등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이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가면서 재산분할액 산정에 대한 법정 공방 재점화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1(주심 서경환 대법관)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액 13808억원와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항소심의 재산분할 청구 부분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위자료 20억원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이 최 회장 측의 상고를 일부 받아들여 사건을 파기환송함에 따라 SK그룹을 둘러싼 지배구조의 위기설은 일단 잦아들게 됐습니다. 앞서 13808억원의 재산분할액을 판결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이를 마련하기 위한 유동성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최 회장이 1.4조원대의 재산분할액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유한 SK 주식의 상당수 매각 또는 거액의 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우려가 완화된 셈입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 보면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배구조와 관련된 리스크가 사라져 SK그룹 차원에서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미래성장동력 투자에 대한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다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 어수선했던 조직 분위기를 빠르게 다지기 위해 인사도 속도를 내 조기에 매듭 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위기론 잠재운 SK…투자 가속화
 
그룹 전반에 드리웠던 지배구조 위기론이 일단 해소된 만큼 대규모 투자 계획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내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에 약 7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AI 인프라 구축과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에 주력한다는 구상입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뉴시스)
 
최근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협력해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설립 등 글로벌 인프라 구축에 동참하는 한편, 높아지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그룹 리밸런싱 작업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SK그룹은 지난 2년여에 걸친 리밸런싱 작업으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왔는데, 위기론이 불식된 만큼 마지막 조각으로 꼽히는 SK실트론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족쇄 푼 최태원, 경영 행보 박차
 
최 회장 역시 자신의 개인적 리스크의 고비를 넘겼기에 관세 문제와 공급망 다변화 등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을 위한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합니다. 이번 모임에는 최 회장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픈AI 주도의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한 같은 시기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찾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 회장은 미국 출장 후 오는 28~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의 의장을 맡아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한 행보를 이어갑니다. 다음 달 3~4일에는 SK가 주관하는 AI 서밋에 참석하고 6~8일에는 그룹 최대 경영회의인 ‘CEO 세미나에서 그룹 미래 방향에 대한 토론 등의 바쁜 일정이 예정돼 있습니다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인 민철기(왼쪽부터)·이재근 변호사가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끝나지 않은 재판…법정 다툼 재점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유동성 압박 충격은 크게 완화됐지만, 재산분할액 재산정에 따른 법정 다툼은 변수입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지원했다는 300억원을 노 관장의 재산 기여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재산분할액이 213808억원보다는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심리가 1년 3개월 넘게 이어질 정도로 양측의 공방이 치열했던 만큼 파기환송심에서의 법정 다툼과 함께 대규모 자금 부담이 현실화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노태우 비자금의혹도 불씨가 꺼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2심이 재산분할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 비자금 300억원이 노 관장의 재산 기여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이 자금의 출처를 뇌물로 봤습니다. 불법 조성한 자금은 법적 보호 가치가 없기에 재산분할에서 고려하면 안 된다는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뇌물로 수령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했습니다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흘러 들어갔다는 것은 사실상 인정한 셈입니다이에 이번 소송을 계기로 진행 중인 노 전 대통령 일가의 ‘300억원 비자금 은닉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판결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냐 아니냐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대법원이 2심을 완전히 뒤집은 보수적인 판단이라면서도 대법원이 비자금 유입을 인정한 만큼 국고 환수 등의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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