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초단기 방한이 유력합니다. 한·미, 한·중 정상회담 일정만 소화한 뒤 출국한다는 겁니다. 관세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북·미 회동이 전격 성사되면 세계 정세도 급변할 수 있는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동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판문점 회동' 시 초대형 이벤트 장으로 급부상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APEC 정상회의 계기 짧은 기간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은 한·미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을 진행하는 계획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한·미 협상은 세부 조율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APEC 정상회의 전까지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말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도 다시 시선이 쏠립니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깜짝 북·미 회동 성사 여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가 성사될 경우 APEC 정상회의는 초대형 외교 이벤트 장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즉흥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 판문점 남측에서 전격 회동을 가진 바 있습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타결될 시, 전 세계 외교·안보 지형도 새 국면을 맞게 됩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 분위기 조성 여건은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20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 당시 "단정하긴 어렵지만, 올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도 지난달 2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미 백악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이후 김 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위협적 발언을 직접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포기' 전제로 대화를 제안하자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당시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회담을 가졌다. (사진=노동신문.뉴시스)
전문가 "희망적 기대…국제 구도 살펴야"
이와 관련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다면 정상회의 장소는 판문점 북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 연습을 논의하자고 하면서 어떤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최종) 성사 여부가 결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도 이날 "최근 열병식을 포함해 (북한이) 대미 메시지가 없다는 것들은 대화 가능성에 대해 메시지를 조정 중인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습니다.
외교가에선 북·미 대화 개최 여부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고 분석합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부터 북·미 관계는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다뤄졌는데요. 이번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정상 차원의 결단 없이는 개최가 어렵기 때문이란 겁니다.
다만 외교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면서도 "정부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며, 필요시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정 장관의 주장에 선을 그었습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선 그런 가능성을 알 수 없다"며 "북·미 회동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일로 우리가 확인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타결 가능성에 대해 낮다고 관측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은 희망적 기대에 가깝다"며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만나 받아낼 인센티브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도 줄 수 있는 보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정 장관의 언급은 2018년식 낙관적 사고방식에 따른 것"이라며 "현재는 미·중 관세 협상, 중동 정세 등 복잡한 국제 이슈가 얽혀 있어 단순히 '트럼프 이벤트' 하나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남북 관계만 중심으로 보지만, 국제적 구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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