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은, 검찰이 의붓딸인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송치된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조사하던 중 그 피해자에 대한 추가 범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하고 공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단서와 제2항에 따라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위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이므로 검찰의 수사 개시 및 공소 제기가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9월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은 전날 검찰청을 해체하고 검찰의 기소 및 중대범죄 수사 기능은 신설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피고인의 의붓딸인 피해자가 피고인을 스토킹 범죄 혐의로 고소해 경찰이 조사 후 사건(본래 범죄)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피해자를 조사하다가 피해자의 추가 피해 진술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범죄(1범죄)와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2범죄) 및 피해자들에 대한 보복협박 범죄(3범죄)를 인지하고 수사를 개시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각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했고 원심은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검사의 위 추가 범죄들에 대한 수사 개시와 공소 제기가 부적법하다며 상고한 겁니다.
원심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 사건의 공범이 확인되거나 추가적인 피해 사실이 발견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의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점 △1, 2, 3범죄의 피해자 중 한 명은 본래 범죄의 피해자이고 또 다른 피해자는 본래 범죄의 피해자 및 피고인과 밀접한 생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 △1, 2, 3범죄는 본래 범죄의 배경이 되는 것인 점 등을 이유로 1, 2, 3범죄에 관한 검사의 수사 개시가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적법하게 수사 개시한 사건은 수사 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1, 2, 3범죄의 공소를 제기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긍정했습니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단서가 검사의 수사 개시 가능 범죄의 범위를 열거적으로 제한한 것은 사법경찰관이 1차적 수사를 담당하고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형사소송법 제197조의2), 시정조치 요구(형사소송법 제197조의3) 등을 함으로써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상호 협력 및 상호 견제 구조에서 수사의 효율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정한 ‘본래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서, ‘직접’은 중간 행위나 다른 원인의 매개 없이 연결되는 것을 의미하고, '관련성'은 수사의 대상, 수사의 과정과 경위 등을 종합해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본래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문언의 의미와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검사가 수사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하되, 특정 혐의사실의 수사 과정에서 연관성 있는 다른 혐의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거나 발견되면 신속한 수사에 의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정의를 실현할 필요도 있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 본문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단서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논의되다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개시한 범죄까지 수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에 따라 단서 조항이 추가된 점 △이는 수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는 범죄의 범위에서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제외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이유로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도 수사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새로 발견해 기소한 1, 2, 3범죄는 경찰이 송치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수사가 미진한 부분을 직접 보완수사하거나 보완수사를 요구한 후 미비점을 보완해 기소에 이르는 형태로 사건의 처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고 경찰에 송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생기면서 수사의 지연이나 결론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내년 검찰청의 폐지를 앞두고 보완수사와 보완수사 요구권의 유지 여부에 대해 찬반이 갈리고 있습니다.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이 직접 수사 기능은 없더라도 미진한 수사를 보완하도록 요구할 권한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이 범죄의 예방과 발견 및 범인 검거 등에 전문성이 있지만 피의자를 기소해 범죄를 증명하는 것은 법률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수사 초기부터 행위가 어떤 법률에 위반되는지 판단하고 이를 위해 수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은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수사권과 공소권의 분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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