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KT의 세 번째 브리핑, 신뢰는 없었다
2025-10-21 06:00:00 2025-10-21 06:00:00
KT의 무단 소액결제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피해 규모 확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사이 회사는 세 차례 브리핑을 열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고객의 불안과 불신은 한 달 사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해킹이 날로 지능화되는 시대, 보안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기는 하다. 문제는 사고 자체보다 그 이후의 대응이다. KT는 사건의 원인과 피해 범위를 스스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나쁜 답변은 '아직 모른다'는 말이다. 
 
회사는 억울함도 토로했다. 세 번째 브리핑은 외부 발표에 쫓긴 해명이 아니라 먼저 입장을 밝히기 위한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주요 정보가 의원실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 자리는 다시 변명의 장으로 바뀌었다. 의도와 무관하게 사후 대응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선제 대응이다.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관리하는 일이다. KT는 이번에도 주도권을 잃었다. '조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는 말은 결과적으로 관리 부실을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남겼다. 위기 극복에서 관건은 대응을 넘어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보안 사고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KT의 내부 시스템과 기업문화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왜 내부적으로 원인 파악과 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위기 발생 직후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책임의 사각지대다. 각 부서 별로 자신들의 영역만 방어하고 문제의 본질은 공유하지 않는 식의 조직문화가 퍼져 있는 한 어떤 매뉴얼이 있어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IT 기술을 앞세운 기업이라면, 기술뿐만 아니라 신뢰를 관리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번 혼란은 정보 통제의 실패가 아니라, 투명성 결여에서 비롯된 위기였다. 
 
KT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보안을 미래 성장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들인데, 데이터는 신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고객의 정보가 다뤄지는 순간, 기업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신뢰 관리자의 역할을 맡는다. 기술적 복구보다 중요한 건, 무너진 신뢰를 복원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세우는 일이다. 
 
위기 대응의 정답은 완벽한 해명과 모면이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기업으로 남으려는 태도, 그것이 진짜 책임이다. KT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사고로 무마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신뢰 회복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숙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건 소극적 태도일 수 있다. 고객은 조사 결과보다 지금의 대응을 보고 판단한다. KT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외부 조사가 끝나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정리해 공개해야 한다. 피해자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이 기업이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일 것이다. 
 
이지은 테크지식산업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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