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유라시아)(1)맑은 공기와 햇살의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사계절이 살아 있는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의 도시
카메라 셔터만 눌러도 작품이 되는 곳
2025-10-31 06:00:00 2025-10-31 06:00:00
한반도에서 불과 두 시간 거리, 바다 건너 가장 가까운 유라시아의 관문 블라디보스토크. 19세기 말 개항 이후 조선의 독립운동이 숨 쉬던 거점이었고, 해방 이후에는 고려인 공동체가 뿌리내리며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도시입니다. 오늘날에는 한국 기업의 극동 러시아 진출 교두보이자 항만·물류·관광·에너지 산업이 교차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까우면서도 이국적인 이 도시에서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라시아를 잇는 교류의 현장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10월 말로 접어들면서 블라디보스토크의 아침과 저녁은 제법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낮의 햇볕은 여전히 따뜻해 아직은 가장 풍요로운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잘 모르는 한국분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오셨다고요? 거긴 너무 추워서 살기 힘들지 않나요?" 그럴 때면 옆에 있던 한국 친구들은 웃으며 대답합니다. "거기도 여름엔 덥습니다. 생각보다 따뜻해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졸로토이 다리(금각만대교)의 야경. (사진=유리 시바첸코)
 
겨울은 조금 일찍, 봄은 조금 늦게 
 
러시아 하면 많은 한국분이 끝없는 눈밭과 혹독한 추위를 떠올리지만, 블라디보스토크의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온화하고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강원도 북쪽의 바닷가 마을이나 산간 계곡 아래의 마을과도 닮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겨울을 12월부터 2월까지로 여기지만, 이곳에서는 보통 11월 중순쯤 첫눈이 내리고 3월 말쯤에야 봄기운이 스며듭니다. 한국보다 겨울이 조금 일찍 오고 봄은 다소 늦게 찾아온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여러분이 생각하는 '추운 겨울 나라 러시아', 즉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나 극동 러시아 북단의 캄차카반도, 사할린 북부 지역 등은 지금도 이미 영하의 기온일 겁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여름은 생각보다 더워서 7~8월에는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기도 합니다. 다만 한국 같은 무더위나 열대야 현상은 거의 없어 밤공기가 늘 상쾌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름이 되면 한국 친구들에게 '블라디보스토크로 피서를 오라'고 권하곤 합니다. 
 
바람이 깨끗한 도시, 블라디보스토크 
 
제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맑은 공기'입니다. 요즘 한국,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맑은 날에도 예전처럼 푸른 하늘을 보기 어렵습니다. 언론에서는 북서쪽에서 날아오는 황사의 영향 또는 차량 매연 때문이라고들 하죠. 물론 러시아에서도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도시는 위도가 높아 늦가을부터 봄이 오기 전까지는 하루 종일 햇빛을 보기 어려운 날이 많습니다. 영국 런던과 비슷한 현상이지요. 게다가 대도시 특유의 탁한 공기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여름철의 모스크바는 유럽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쾌청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6월 말 하지 무렵이면 한밤중까지 환한 백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도시들도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나 제가 살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하늘은 사시사철 유난히 투명합니다. 바람의 방향 덕분인지 봄철에도 황사의 영향이 거의 없고 여름과 가을은 러시아 전체에서, 아니 아시아 지역에서도 손꼽히게 좋은 날씨를 자랑합니다. 물론 겨울에는 눈이 내리고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춥고 어두운 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햇살이 비치는 맑은 겨울날에는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라도 실내에서 창밖을 보면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상쾌합니다. 실제로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 주요 도시 가운데 연간 일조량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해변 공원에 석양이 지고 있다. (사진=유리 시바첸코)
 
햇빛이 만들어내는 투명한 하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이 너무 깨끗하게 잘 나와요."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무심히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조차 유난히 선명하고 아름답게 나오곤 합니다. 이는 맑은 공기, 투명한 하늘 그리고 그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 덕분일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곳곳에서 사진을 찍던 많은 한국 친구들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꼭 가볼 만한 장소와 좋은 날씨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일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국에 계신 친구분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풍요로운 가을 날씨를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유리 시바첸코 루스퍼시픽그룹 컴퍼니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