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이사진 사퇴 뒤 숨은 MBK
2025-11-14 14:47:30 2025-11-14 17:49:58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대규모 해킹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롯데카드가 CEO 등 주요 인사의 사퇴카드를 꺼내들며  고강도 인적쇄신에 나섰지만, 시장 안팎의 반응은 다소 싸늘합니다. 장기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두고 대주주 개입 흔적을 최소화해 현 사태의 책임을 분산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실제 MBK에서 투자심사·구조조정 등 실무 핵심 역할을 맡아온 이진하 MBK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사외이사직을 유지했습니다. 
 
조좌진·김광일, 경영 일선에서 동반 이탈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와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사회가 열리는 21일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조 대표는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297만명 고객 정보 유출 사고에 책임지겠다며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 대표는 2020년 3월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하면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97만명 고객 정보가 유출된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서 임기를 채우기 못하고 이달 말일로 자리를 물러나게 됐습니다. 조 대표는 지난 9월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임까지 포함해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인적 쇄신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해킹 사태를 계기로 큰 틀의 인적쇄신을 신속히 마무리했다"며 "앞으로는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 경영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대표의 사임과 동시에 김 부회장도 롯데카드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됐는데요.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단순한 인적쇄신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단 해석이 나옵니다. 김 부회장은 MBK가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한 직후부터 이사회에 참여해온 인물로, MBK의 대외적 존재감을 결정짓는 상징적인 인사였습니다. 그가 조 대표와 함께 롯데카드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 것은 외형상 지배구조가 독립 경영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재정비되는 흐름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해킹 사태에 대한 대주주 책임이 강조된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고 전면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비판도 더해집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금융회사는 대주주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방지하고자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따르고 있는데요. 동시에 이사회에서 대주주의 존재감이 옅어질수록 감독당국과 시장의 압박을 피해 갈 수 있기도 합니다. 
 
실질 경영권 쥔 이진하 부사장 사외이사 유지
 
주목할 만한 점은 MBK가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MBK에서 투자심사·구조조정 등 실무 핵심 역할을 맡아온 이진하 MBK 부사장은 여전히 기타비상무사외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주요 의사결정을 판단하던 이 부사장은 이사회에 잔류하면서 여전히 실질적인 경영에서 MBK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MBK가 의결권과 감시 기능은 최소한으로 남기되, 전략 리스크에 직접 관여하는 깊이만 조절하는 방식의 후방 배치를 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MBK가 기업회생 논란의 중심인 홈플러스를 운영하면서도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이 실립니다.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병주 MBK 회장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논란과 관련해 "직접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홈플러스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는 논리로 일관되게 대주주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외부에서 비판이 집중될 때 이사회를 형식적 거버넌스로 적극 활용해 책임을 희석시키는 전례가 반복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롯데카드의 지배구조 조정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나아가 MBK의 이번 지배구조 조정이 중장기적인 엑시트 전략과도 맞물린다는 견해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 회수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에서 대주주 경영 개입 흔적을 지우고 롯데카드 경영진과 독립된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정비해두는 것은 향후 매각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동시에 책임 소재를 분산시키는 전형적인 방식이기도 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적쇄신을 얘기하고 있지만, 향후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정말 독립적인지는 경영 행보를 지켜봐야만 알 수 있다"며 "사모펀드가 인수해 경영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대주주는 꼬리 자르며 책임을 회피한 일은 익히 알려진 수순"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왼쪽), 김광일 MBK 대표이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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