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의 시스템화)⑧(단독)온라인 상품권 '돈세탁', 금감원에서 경찰 수사로 '전환' 임박
금감원, 60억대 온라인 상품권 돈세탁 의혹 조사 마무리 단계
A사 소명 자료 제출에도 '정황상 불법성' 확인…'수사 필요' 판단
박찬대 의원실 "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치잭과 묶어 입법 추진할 것"
2025-11-17 14:38:36 2025-11-17 15:19:30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온라인 상품권을 발행·환불하는 방법으로 60억원 상당을 돈세탁한 혐의를 조사해온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경찰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돈세탁 의혹을 받는 A사에 대한 현장조사와 서면조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불법 거래 정황을 확인,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1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A사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사를 해보니 정황상 자금의 출처나 사용처 등에서 불법성이 짙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면서 "명확한 증거는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감원으로선 범죄 혐의가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A사는 금감원의 현장조사가 끝나자 지난 14일까지 소명 자료까지 제출했지만, 돈세탁 의혹을 해소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금감원, 남은 건 수사기관 통해서 밝혀야"
 
<뉴스토마토>는 10월부터 <(돈세탁의 시스템화)①(단독)개인정보 탈취·피싱 자금, 온라인 상품권으로 빠르게 현금화> 기사 등을 연속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상품권 발행·환불을 통해 돈세탁이 이뤄졌다는 의혹입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1일부터 문제가 된 A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돌입했습니다. 현장조사는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한 끝에 이달 5일 종료됐습니다. 
 
A사는 금감원 조사에 적극적으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사가 최근 새로 선임한 법률대리인은 "억울한 부분도 있고 소명할 부분이 있다"며 박찬대 의원실로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박찬대 의원은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A사 문제를 지적하며 금감원 조사를 촉구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사는 소명 자료를 통해 문제가 됐던 9월 중순 거래에 대해서 "시스템 테스트"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금감원이 현장조사를 통해 발견한 '10억원의 입금 기록 누락'에 관해선 "간헐적 입금 누락"이라고 설명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0억원이라는 거액이 기록에서 누락된 상태에서도 거래를 계속한 것은 정상적인 테스트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금감원 판단도 업계의 지적과 결을 같이했습니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아보니) 금감원은 A사의 자금 출처 부분에 대해 완전히 불법성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금감원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애초 본지는 A사의 돈세탁 규모를 50억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금감원이 현장조사를 통해서 발견한 거래 기록 누락 10억원까지 추가한다면, 돈세탁은 60억원대로 더 늘어납니다. 
 
'선불전자지급수단 규제 강화' 입법 움직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상품권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박찬대 의원실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 방지책과 함께 종합적인 입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박찬대 의원실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자금세탁과 관련해서도 계속 팔로우업하고 있고, 입법 준비도 하고 있다"며 "이번 온라인 상품권 사건과 묶어서 후속 조치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디지털 금융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 발견해야 하는데 법적 미비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감독당국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한 셈입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상품권이든 가상자산이든 (돈세탁) 방법은 대동소이하다"며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한 자금세탁을 막으려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업계, 금감원 '조사 결과' 발표에 촉각 세워 
 
금감원은 A사 사건을 경찰로 넘기는 것과 별개로 조만간 이 회사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선 이번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온라인 상품권 업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유사한 수법을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에 대한 조사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선불전자지급수단 시장은 2021년 일평균 1조3310억원에서 2024년 2조35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돈세탁 위험도 증가했지만, 감독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업체는 112곳에 달하며, 신규 신청 업체만 20곳에 이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허위 계약서나 페이퍼컴퍼니 없이 정상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돈세탁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감독 방식 전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는 정상 거래와 불법 거래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통해 도박 사이트나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이 어떻게 상품권 시스템을 통해 세탁되는지, 결제대행사(PG사)의 가상계좌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등 구체적인 자금 흐름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업체들이 위수탁 계약 형태로 연결돼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회피하는 구조가 있는지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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