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이효진 기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강도 높은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을 예고하며 개혁의 대상인 검찰과 법원을 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습니다. 검사와 법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이는 것을 시작으로 국정조사와 특검(특별검사제), 청문회까지 추진해 검찰·사법부와의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민주당이 검찰과 법원을 과도하게 몰아칠 경우, 오히려 '외압'으로 비치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사장 강등까지 수면 위로…거세지는 '검찰 압박'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전원을 해임·전보 조치하라고 법무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혁의 대상인 검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검찰의 저항을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한 '선택적 반발'로 해석하면서 검사 징계와 국정조사, 특검 등을 총동원해 제압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하는 방안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해 검찰이 안정되는 게 우선"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평검사 전보 조처가 사실상 강등이라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는 "특별히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항명 검사장에 대한 강등 조치를 공개 요구한 후 정 장관이 실제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검찰 내부의 집단 반발 사태 이후 여당은 점차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0일 18명의 검사장들은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집단 성명을 발표하며 항소 포기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를 두고 여당 내 대다수 의원들은 '검란'으로 바라봤습니다. 윤석열정부 당시엔 침묵하던 친윤(친윤석열) 검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집단 항명에 나선 건 선택적 반발이란 주장입니다.
민주당은 '검사파면법'(검사징계법 폐지안·검찰청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공직 기강 잡기에 돌입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검사 파면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필요합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공무원과 달리 항명해도 파면되지 않는 검사징계법, 사실상 '검사특권법'인 이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와 함께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청문회 카드까지 꺼내 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습니다. 대장동 사건을 '조작 기소'로 보고 있는 민주당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선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6·3 지방선거가 임박하기 전 검찰 개혁 밑그림을 완수하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다크 이슈(어두운 주제)였던 검찰 개혁 문제를 속도감 있게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라며 "정권 입맛에 길들이고 민생에는 무력해지는 불완전한 개혁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전관예우 근절부터 법관 증원까지…사법부도 압박 대상
민주당은 검사에 이어 법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에서 사법 개혁을 위해 법관의 최고 징계 수위인 '정직'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대법관이 퇴임 후 대법원 사건을 최대 5년까지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 등을 사법 개혁안으로 논의했습니다.
일종의 전관예우 근절 차원의 내용입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직업 선택 자유를 완전히 막는 건 쉽지 않으나 전관예우가 작동하는 기간이 있지 않나"라며 "일정 기간 현직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후학 양성에 활용하고 이후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 전체회의'에서 전현희 TF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당 안건들은 TF에서 확정하고 최고위원회에 보고될 예정입니다. 재판소원 제도 도입과 대법관 증원 및 법관 외부 평가 반영, 사전 심문제 도입·하급심 판결문 공개 강화 등도 함께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사법부의 인사·예산·행정 등 사무 전반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폐지를 통해 '제왕적 대법원장'을 근절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입니다.
TF 출범 당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와 예산 권한을 분산하고 외부 참여자가 포함된 법원 운영으로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게 진정한 사법 독립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법관의 외부 평가 등에 '비법조인'을 포함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 밖에도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당 일각에서 '내란전담재판부'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추진될지도 관심사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내란영장전담판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지도부 차원에서는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개인적으로 '전관예우'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현시점에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고, 대안도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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