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수수료 1위에 올랐지만 전산장애, 재무구조 취약성, 고위험 마케팅 논란이 이어지며 내실 리스크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빠른 외형성장에 비해 통제 체계와 안정성이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토스증권은 2025년 3분기 누적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3052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006800)(3008억원)을 제치고 처음 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167.5% 늘었고, 2023년 5위였던 순위는 1년 만에 1위로 올라섰습니다. 상반기까지는 미래에셋증권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2분기 실적에서 토스증권이 역전한 뒤 격차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주식 부문 성과는 해외 부문에 크게 뒤처지고 있습니다. 3분기 누적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은 219억원으로 해외 실적의 7%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년 동기 155억원 대비 41.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증권업계 전체 수탁 수수료 증가율이 48.1%였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익 기반이 사실상 정체된 상황에서 해외 실적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구조적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무구조의 취약성도 뚜렷합니다. 토스증권의 2024년 결산 기준 자산은 3조4908억원, 부채는 3조191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91%에 달합니다. 고객예탁금·기타금융부채는 기수마다 수천억에서 수조원 단위로 변동하며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기 기준 누적 결손금이 1271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흑자전환에도 이익 체력은 아직 검증 단계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수익 구조 역시 편중돼 있습니다. 전체 수수료 수익 가운데 70~85%가 수탁 수수료에 집중돼 있으며, 기업금융(IB)·자문·자산관리(WM) 등 비브로커리지 부문 비중은 미미합니다. 해외주식 위주의 단일 수익 구조는 시장 변동성과 시스템 품질 문제가 실적과 신뢰에 직결될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 토스증권 관계자는 "예수부채와 기타금융부채는 고객 거래 활동과 연동되는 항목으로, 시장 거래대금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지는 구조"라며 "모든 규제 비율을 준수하고 있으며 다양한 리스크 지표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시 외 자료에 대해선 "별도 제공은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산 안정성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전산장애는 42건이며 올해 상반기에도 7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주식 주문 지연과 체결 오류 등 핵심 기능에서 장애가 반복됐고, 3~5월에는 매달 1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지난달에는 고위험 파생상품 마케팅 논란이 더해졌습니다. 토스증권은 파생상품 중개업 인가 취득 후 해외 옵션 서비스를 준비했으나, 사전 화면에서 '엔비디아 5% 오르면 옵션 214% 상승' 등 과도한 수익성 부각 문구가 노출돼 비판을 받았습니다. 초보 투자자 비중이 높은 고객층 특성상 수익률만 강조된 문구는 위험 인식 왜곡 우려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에 광고 심의를 지시했고 토스증권은 출시를 잠정 연기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심의로 이어진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전 신청 기간 동안 받은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 전반을 재점검 중이며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해 소지가 있는 문구를 전면 재검토하고 위험 고지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내부통제 체계도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리스크 한도, 전산 서비스수준협약(SLA), 모델 검증 등 핵심 정량 지표는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무형자산 증가에 따른 상각 부담 확대 가능성과, 증가하는 자본을 영업이익이 아닌 대주주 출자를 통해 충당해온 점 역시 구조적 리스크로 꼽힙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토스증권은 플랫폼 기반 확장 속도가 워낙 빠르지만 내부통제·전산 안정성 같은 핵심 역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산장애나 고위험 상품 마케팅 논란은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 내부 시스템 성숙도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도 경고가 나옵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1위는 의미 있는 성과지만,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전산 장애와 재무 불안정성은 즉시 신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업 확장보다 기초 체력 보강이 더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토스증권은 올해 IT 투자 규모를 1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미국 브로커딜러 라이선스 취득 및 데이터센터 증설을 추진하는 등 시스템 강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이미 드러난 취약성을 뒤늦게 보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토스증권이 진짜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으려면 외형보다 기초 체력이 먼저 단단해져야 한다"며 "결국 토스증권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상대는 경쟁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리스크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