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우리 연구소가 매년 주관하는 '토마토 대한민국 좋은법·좋은정책' 시상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뜻깊게도 이재명 대통령께서 정무수석을 보내서 서면 축사를 해주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서면 축사의 핵심 내용은 이러합니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민간의 역동성과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 "혁신적 아이디어, 기술력을 지닌 중소·벤처·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게", "글로벌 시장, 당당한 경쟁, 적극 뒷받침", "AI 기본사회 선언".
이렇게 좋은 날에,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언젠가는 반드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온 일을 시작하는 날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국가의 미션을 기술 기반 중·벤·스 창업 국가 건설로 재정립·대전환하여 글로벌 뉴 클래스(global new class) 신(新)중산층이 사회경제적 주류가 되는 나라, 대한민국!' 이것이 K-정책금융연구소의 설립 취지이자 목표입니다.
이재명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질서가 움트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경제성장 전략의 담론(談論) 전환입니다. 정부는 '기술 선도, 모두의, 공정한' 경제성장 전략을 핵심 담론으로 확고히 천명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모든 분야의 법령, 제도, 예산은 물론 민간 협력에 이르기까지 총동원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와 새 정부가 흡사 손발과 호흡까지 맞춘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이 참말로 잘 지었다는 생각입니다.
3.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이 없어 창업을 못 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제반 환경은 조성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중 50조원을 기술 선도 혁신벤처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국책은행 및 기금·공제회 등 공공부문의 자금은 물론, 은행·증권·보험 등 민간 금융회사들도 앞다퉈 혁신벤처 투자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생산적 금융'의 시대입니다.
더불어 중벤스의 자금조달과 투자 국민(나아가 세계시민)을 직접 연결하는 STO 거래소와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의 도입 및 시행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4.
하지만 앞서 언급한 변화들은 개념상 '상위 허들'을 넘은 정도로 봐야 합니다. 중벤스 기업가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생태계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일을 절반만 한 것에 불과합니다. 공급자가 잔치 벌이고 자기만족 하는 것이 성과의 전부인 양하는 현상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실사구시적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책이 수요자에게 닿아야 비로소 일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늘 혁신의 '방향과 속도'가 동전의 양면처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목표입니다. 주마가편(走馬加鞭),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일하는 원칙입니다.
5.
이에 다음과 같은 '담론과 정책의 불일치 11대 기준'을 설정하고자 합니다.
1) 기술 기반 중소·벤처·스타트업 현장의 소리를 반영했는가?
2) 혁신 기술을 구현했는가?
3)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4) 글로벌 확장성이 있는가?
5) '모두의, 공정한' 성장 전략에 어긋나지는 않은가?
6) 공공부문의 자금 공급 및 입찰 등에서 경제성장 전략과 현장 정책 간 불일치는 없는가?
7) 공공부문의 자금 공급 및 입찰 등에서 공급기관의 자의적 권한 남용은 없는가?
8) 공공부문의 자금 공급 및 입찰 등에서 중벤스 상호 간 불공정·불합리·반공익적 행위는 없었는가?
9) 지방 우대 원칙을 묵살하고 있지는 않은가?
10) 기술 선도보다는 자본력과 재무제표를 우선 평가하지는 않은가?
11) 재벌·대기업의 횡포는 없었는가?
이 기준을 토대로 전문가 검토를 거쳐 개선책을 촉구할 것입니다. 또한 1차 정보공개청구와 함께 뉴스토마토 지면 기사와 유튜브를 통해 공론화에 앞장설 것입니다.
6.
이미 위 기준을 적용해 최근 두 건의 사안을 처리한 바 있습니다. '태양광 인버터 국산화' 관련 건과 'STO 거래소 불공정·부당 경쟁' 관련 건입니다. 전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에서 가장 먼저 처리할 과제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후자는 현재 금융위원회의 라이선스 인허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담론이 정책으로, 정책이 다시 현장의 삶으로 이어질 때까지 감시와 제언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 소장·뉴스토마토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