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노위원장 선거 시작…노사 갈등 커질 듯
2025-12-16 14:40:11 2025-12-16 15:42:5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권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선거가 시작된 가운데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금융권 노사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노조가 여당인 민주당과 정책 연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융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김형선·윤석구 '리벤지 매치'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가 16일 오후 6시부터 18일 오후 6시까지 3일간 치러질 예정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기호 1번 김형선 현 위원장과 기호 2번 윤석구 하나은행지부 위원장. (사진=금융노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위원장 선거가 이날 오전 8시 시작된 가운데 18일 오후 6시까지 전자투표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이번 선거는 현 위원장인 김형선 후보와 윤석구 후보가 다시 맞붙는 이른바 '리벤지 매치'입니다. 지난 선거에서 윤 후보가 기호 2번으로 당선됐지만, 당시 기호 1번이었던 김 위원장이 금품 제공과 사측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무효 처리한 바 있습니다. 이후 재선거가 결정되면서 두 후보는 다시 한번 금융노조의 수장을 두고 격돌 중입니다. 
 
두 후보는 성향과 지지 기반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공공·국책은행 중심의 강경 투쟁 노선을 앞세운 김 후보와 주요 시중은행을 기반으로 지지층을 확보한 윤 후보의 대결 구도가 금융노조의 향후 노선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후보는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공공·국책은행 노조 색채가 강한 인물입니다. 금융노조 위원장 재임 기간 총파업을 여러 차례 주도하며 노동조건 개선을 두고 강경한 투쟁 노선을 유지해왔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주 4.5일제 도입을 핵심 의제로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김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임기 내 주 4일제 도입 △‘KPI 5대 악’ 폐지 △매년 임금 5% 인상 △국책 금융기관 성과급제(PS) 도입 △우리사주 150% 증액 △정년 65세 연장 △유급휴가 및 휴직 20% 확대 등을 제시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보상 체계 개편을 전면에 내세운 강경 공약들입니다.
 
임기 내 성과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는 △낙하산 최장기 출근 저지 투쟁과 지부 총파업 △금융노조 총파업 △25년 만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4.5일제 총파업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노동 친화적이라고는 하지만 이 시기에 노동 현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투쟁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해선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를 강조했습니다. 김 후보는 당선되는 즉시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겠다며 소상공인과 다양한 사회 구성원, 금융당국까지 포함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금융권이 먼저 4.5일제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입장입니다. KPI 개편과 국책은행 PS 도입에 대해서도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이뤄 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현재 공공금융기관 지부를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금융결제원을 비롯해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수협중앙회 등 22개 지부가 김 후보에 대한 공동 지지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김형선 후보는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13년 만에 최대 임금 상승(3.1%)을 이끌었고, 산별 최초로 금요일 5시 퇴근을 쟁취했다"며 "사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원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윤석구 후보는 시중은행 현장 중심의 노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윤 후보 역시 주 4.5일제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윤 후보는 온전한 주 36시간제 도입을 통해 현실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노조 주도로 직원 참여형 정년 연장 모델을 설계하고 무분별한 점포 폐쇄에 맞서 ‘은행점포폐쇄금지법’ 입법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와 함께 암행평가 폐지와 고객만족(CS) 평가 개선 등 현장에서 체감도가 높은 노동권 개선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윤 후보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교섭과 투쟁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지부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 3개 지부는 공동 지지 선언을 통해 "윤석구 후보는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으로 재임하며 성과로 자신을 증명했다"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협상과 교섭이 조합원의 신뢰로 이어졌고 이는 시중은행 최대의 성과로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투쟁은 힘들고 고되지만,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소통에서 쌓인 신뢰의 힘과 투쟁을 주저하지 않는 강단의 힘을 갖춘 후보는 윤석구"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어떤 지부도 소외되지 않는 현장 중심의 산별 노조로 금융노조의 미래를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노조 내에서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3개 시중은행 지부가 공개적으로 윤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 4.5일제·임금인상 쟁점
 
금융권에선 당선자가 누가 되든 금융권 노사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공공·국책은행 중심의 강경 투쟁과 제도 개편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윤 후보가 당선되면 민간 은행을 중심으로 성과·보상·노동조건 개선 요구가 더욱 부각되며 금융지주와 은행 경영진과의 갈등 축이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최근 수년간 은행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임금 인상률과 특별성과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불만이 누적돼왔습니다. 금융노조는 앞서 지난 9월 임금 5% 인상과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위원장 선거는 향후 금융권 노사 관계의 긴장 수위를 가늠할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금융노조 한 조합원은 "이번 선거는 단순한 위원장 교체가 아니라 금융노조의 노선이 어디로 갈지를 가르는 선거"라며 "누가 되든 주 4.5일제와 임금·성과급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현장에서는 '이만큼 벌었는데 왜 돌아오는 건 없느냐'는 불만이 쌓여왔는데 선거 이후 노사 관계가 지금보다 더 팽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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