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AI칩 제조사’ 리벨리온, 글로벌 시장 노린다

비엔비디아 기류…“리벨리온이 흐름 주도할 것”기술력으로 잠재력 입증…AI 유니콘 기업 도약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국내 토종 인공지능(AI) 칩 제조사인 리벨리온이 비엔비디아(Non-Nvidia) 생태계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계속 확대되면서 탈엔비디아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그 흐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오피스에서 열린 설립 5주년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자사 AI 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오피스에서 설립 5주년 미디어데이를 열고 “향후 5년은 비엔비디아 중심의 새로운 AI 인프라 체계가 형성되는 시기”라며 “리벨리온은 이 흐름을 주도하는 선봉장이 되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인텔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박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한 배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진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꼽았습니다. 그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대에 한국은 일본과 유럽 등에 뒤진다고 저평가됐지만, (결과적으로) 메모리 시장을 선도했다”면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설립 이후 시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습니다.

 

리벨리온은 앞으로의 5년이 ‘비엔비디아’ 중심의 인프라 체계가 형성되는 시기로 보고,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의 기술력을 중심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샬 초이 리벨리온 최고사업책임자(CBO)는 “미국, 일본, 중동, 동남아 등 주요 지역 정부와 기업들이 AI 인프라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리벨리온은 기술력과 제품 완성도를 모두 갖춘 기업으로 엔비디아의 대안을 찾는 글로벌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설립된 이후 고성능·고효율 토종 NPU를 개발하며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1세대 NPU ‘아톰(ATOM)’을 국내 데이터센터에 상용화하며 실사용 레퍼런스를 확보했고, SK텔레콤(SKT)의 AI 서비스 ‘에이닷’ 통화 요약 기능에 적용되면서 대규모 서비스 환경에서의 안정성도 입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SKT의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하며 국내 최초의 AI 반도체 유니콘으로 도약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지난 2022년 시리즈 A에서는 KT, 2024년 시리즈 B에서는 사우디의 아람코, 싱가포르의 파빌리온 캐피탈 등의 유치를 받았습니다. 올해 시리즈 C에서는 아시아 지역 중에서는 처음으로 ARM의 유치를 성공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나아가 리벨리온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 생산에 나서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칩을 만들며 시장 진출을 모색할 방침입니다. 박 대표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가 여기까지 오는 데 약 10년이 걸렸고, 새로운 칩을 7번 찍어야 했다. 그래서 겨우 세간에 공개할 수준이 됐다”며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봐주시고, 저희가 제2, 제3의 TPU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정훈 기자 [e-mail]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