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반도체 승부수’…몸값 5조 SK실트론 ‘빅딜’
웨이퍼서 후공정까지…‘반도체 밸류체인’
SK그룹,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속도 전망
2025-12-18 14:44:18 2025-12-18 15:11:11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두산이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인수 절차에 착수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약 3조~4조원대 금액이 거론되는 ‘빅딜’로, 반도체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SK 역시 이번 거래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양사 모두에게 의미 있는 거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산 사옥. (사진=두산)
 
두산이 반도체 칩에서 핵심 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지분 인수에 나섰습니다. 지난 17일 SK㈜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약 5조원대로 추산되지만, 매각 대상 지분을 기준으로 한 거래 규모는 약 3조~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두산은 웨이퍼부터 후공정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갖추게 됩니다. 두산의 지주사인 ㈜두산 내 전자BG는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인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2년 인수한 두산테스나는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전문 기업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에 특화돼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유일의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까지 더해질 경우, 소재(웨이퍼)부터 패키징과 후공정 소재까지 망라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이는 중공업을 기반으로 로봇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더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두산의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반도체 사업은 두산 실적을 견인하는 주요 축으로 부상하는 추세입니다. 지난달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두산의 영업이익은 23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9% 늘었습니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반도체, 네트워크용 하이엔드 적층동박 소재 공급 확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이번 거래는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입니다. SK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고성장 분야에 집중해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했고, 최종적으로 두산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양사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SK의 경우 계열사가 100개가 넘는 상황으로 리밸런싱의 과정에 있었고, 두산으로서도 이번 거래에서 상승 효과가 있겠다고 본 것”이라며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진다면 충분히 M&A(인수합병)를 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SK실트론이 두산에 인수되더라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 내 반도체 분야가 다루는 영역이 조금씩 다르다. 인수를 가정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기계와 에너지, 반도체를 3대 축으로 놓고 반도체 분야도 성장시키려는 두산의 취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