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고 훨훨…깨어난 두산 박정원의 M&A 본능
두산, SK실트론·바커노이슨 인수 추진
올해 1조원 확보…지주사 족쇄도 풀어
인수시 균형 잡힌 3대 ‘캐시카우’ 구축
2025-12-19 14:48:09 2025-12-19 15:01:29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두산그룹이 적극적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두산이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두산밥캣은 독일 건설장비 업체인 바커노이슨의 인수를 추진 중으로 두 기업 모두 수조 원대 몸값의 빅딜입니다. 특히 두산이 지난 9월 지주사 지위를 포기하면서 각종 규제 족쇄에서 자유로워진 만큼,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M&A의 기지개를 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SK실트론과 바커노이슨의 인수를 적극 추진 중입니다. 반도체, 건설기계, 에너지 등 3대 구조의 사업 재편을 거친 두산이 상대적으로 약한 축으로 꼽힌 반도체를 보강하고, 건설기계 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특히 지난 2016년 취임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적극적인 M&A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후공정 기업 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웨이퍼(SK실트론), 웨이퍼 테스트(테스나), 기판(전자BG사업부)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벨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목적입니다. 두산은 지난 2022, 향후 5년간 반도체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지분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인수 규모는 3~4조원 선으로 추산됩니다. 두산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늘려 재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업계에서는 추가 수익과 일부 차입 등을 통해 인수 대금 마련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확보로 두산은 지주사 지위도 내려놨습니다. 자산 총액이 불어나면서 자산 총액 중 국내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 50% 이상인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것인데, 지주회사에서 제외되면서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져 대형 M&A를 위한 사전 작업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박 회장은 두산밥캣의 바커노이슨 인수 추진으로 건설기계 부문 재도약도 노리고 있습니다. 북미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공략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목적입니다. 바커노이슨의 몸값은 3조원대로 추정되는데, 두산밥캣의 현금성자산은 14억달러(2조원) 규모로 차입 여력도 충분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바커노이슨의 경우 유럽이 되게 보수적인 시장으로 뚫기가 쉽지가 않은데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두산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사례라며 “SK실트론 역시 반도체 후공정에 집중하던 두산이 관련 사업 영역을 확장 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만일 두산의 M&A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주력사업이 정부 정책 등 외부 변동성에 실적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해 안정적 재무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밥캣(건설기계), 두산에너빌리티(에너지), SK실트론(반도체) 3대 주력사업의 균형 잡힌 캐시카우체계가 구축되는 까닭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산의 성장 모델은 M&A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반도체·AI 대전환 시대에 발맞춰 역량을 더하는 사업 전환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M&A가 고가 인수나 실사 부실 등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는 부분도 있기에 신중을 기하되 적합한 물건을 발빠르게 인수하는 추진력 등 M&A 역량을 두산이 보여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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