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궁지에 내몰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습니다. 취임한 지 135일 만에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는데요. 하지만 정작 내란 우두머리(수괴) 윤석열씨와의 절연 선언은 없었습니다. 대신 '당명 변경'을 예고했습니다. 당 안팎에선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궁여지책으로 꺼낸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 절연 없는 '반쪽 사과'
장 대표는 이날 검은 정장에 주황색 넥타이 차림으로 국민의힘 중앙당사 기자회견장에 섰습니다. 이어 "오늘 우리 당이 새롭게 나아갈 미래를 말씀드리려고 한다. 이제 국민의힘은 '이기는 변화'를 해야 한다"면서 "먼저 비상계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12·3 비상계엄으로)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그 책임 무겁게 통감하고 이 점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장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입니다. 당초 오는 8일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하루 앞당겨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라며 "과거 잘못된 부분을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면서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도읍 사퇴·윤리위 파행에 사과 '허겁지겁'
사과는 했지만 면피용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장 대표는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까지만 하더라도 "2024년 12월3일 당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고, 찬성했다"면서 "그로써 계엄에 대한 제 정치적 의사 표명은 명확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사과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최근까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지도부를 덮친 악재를 수습하고자 급하게 쇄신안 발표를 하루 앞당겼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작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정책위의장직 사퇴입니다. 쇄신을 요구하던 중진 의원의 이탈로 장동혁호가 위기를 맞았다는 관측이 나왔는데요. 불과 하루 만에 윤리위원회 인선 논란까지 터지자 쇄신안으로 서둘러 당내 갈등 봉합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쇄신안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많다"며 "다음주 여론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유의미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
'당명 변경'으로 윤석열 지우기
장 대표는 '윤석열 지우기' 카드로 '당명 변경'을 꺼냈는데요. 다만 윤씨와 확실한 절연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쇄신 의지의 신뢰도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장 대표는 "더욱 과감한 정치 개혁 추진하겠다"며 "당의 가치와 방향을 재정립하고 전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당명 변경이 이뤄지면 약 6년 만입니다. 이 경우 1987년 민주화 이후 8번째 당명 변경이 될 전망입니다.
이마저도 단순 분위기 전환용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쇄신안에 '당원 권리 강화'가 주요 의제로 명시됐습니다. 장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라며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들어 200만 책임당원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당심을 당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 △당내 주요 현안 관련 일정 수 이상 당원 요구 시 최고위 의결 후 전 당원 투표 △책임당원 명칭 변경 △지방선거 경선 시 지역별 당심 반영 비율 조정 △전략 지역 공개 오디션 후보 선출 등을 약속했습니다. 쇄신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지지 기반인 강성 지지층에게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절연이 빠진 사과는 쇼"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장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만나 "정청래 대표가 '비록 썩은 사과일지라도 사과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중요한 것은 진심이고 실천"이라며 "철 지난 사과에 대해 국민이 진심이라고 받아들일지 회의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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