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중간 결과, '농협중앙회·농협재단' 전반의 내부통제 부실과 인사·재정 운영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특히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해외 출장 하룻밤 숙박비를 200만원이 넘게 사용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누렸다는 지적입니다.
농협중앙회 임직원 변호사비 지급 의혹,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임직원 금품수수·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계열사 부당 인사 개입 의혹, 부당 대출 의혹 등 비위 제보에 대해서도 점검 후 수사를 의뢰할 계획입니다. 수백 건의 제보에 대한 추가 조사도 예고한 만큼, 부적절 사례는 더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인사추천위 폐쇄적 운영"…독립성 '훼손'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통해 부적절한 운영 사례 65건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정·금품 선거 의혹 등 38건에 대해서는 추가 감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농협중앙회 공금 3억2000가량 지출)에 대한 변호사비 지급 의혹,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법령 위반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두 건에 대해서는 지난 5일 경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보면, 내부통제 기구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점과 인사·징계·예산·계약 전반의 견제, 균형에 균열이 드러났습니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농협중앙회 이사회는 임원 추천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를 일부 농업인 단체 및 학계만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추천받는 등 제한적·폐쇄적으로 구성·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는 농협협동조합법에 따라 인사 독립성이 보장돼 있음에도 부회장에게 인사 서열을 보고하고 농협중앙회 인사 부서가 승진 규모를 검토·조정하는 등 인사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농협중앙회의 내부통제 문제는 인사·징계뿐 아니라 감사 기능에서도 확인됐습니다. 회원조합을 감사하는 조합감사위원회는 징계가 필요한 사안을 징계심의회에 회부하지 않거나 경징계로 축소 처리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성희롱,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도 경징계에 그친 겁니다.
특정 조합·임원에게 편중된 자금 집행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에 지원하는 무이자 자금 규모는 1년 새 약 1조원 증가했지만 이사조합 등 특정 조합에 편중 지원해왔습니다. 이는 자금 배분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 대목입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열린 제4회 동시조합장선거 선거관리사무국 현판식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 회장 해외 5성급 호텔 '펑펑'
농협중앙회장의 해외 출장 과정에 숙박비 상한을 5차례 초과 집행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해외 출장 숙박비 일일 상한은 250달러로 1박당 50만~186만원 초과하는 등 총 4000만원을 사용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상한을 초과할 경우에는 사유를 밝혀야 하지만 하지 않은 겁니다. 일부는 해외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이용했습니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비공개와 비상임 이사, 감사, 조합감사위원 등에게 지급하는 특별활동수당도 증빙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해왔습니다. 일반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한 물품 구매, 용역, 공사 등의 계약은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경비, 운전 등에 필요한 인력을 관행적으로 수의계약 해왔습니다. 농협 자회사는 해당 업체에 건물 일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임원의 과도한 혜택도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농협중앙회 연간 3억9000만원의 실비·수당, 농민신문사에서는 연간 3억원이 넘는 연봉, 퇴직금(전 회장 42000만원)까지 수령했습니다.
퇴직 시 농협중앙회에서 퇴직공로금(전 회장 32300만원)을 수령하는 것이 적정한지와 농협중앙회장을 포함한 임원 등이 별다른 제한 없이 집행하는 직상금(직상금은 기관이나 단체가 포상 등 공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적 보상)의 타당성·집행 실태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중앙회 신임 이사에게 지급한 테블릿PC는 농협 자산으로 등록하지 않고 포상비 구입, 개인 소유토록 했습니다. 퇴임 시에는 전별금(위로금 성격), 여행상품권, 기념품(순금)을 별도 지급했으며 2022년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모든 조합장에게 휴대폰(220만원 상당, 총액 23억4600만원)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휴대폰 지급 과정도 휴대폰 제조·판매사로부터 구입하지 않고 농협경제지주와 수의계약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자금 집행, 계약 과정 등의 사실관계를 추가로 따져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위해 참여한 하승수 특별감사 외부 감사위원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협 개혁 추진단…농협 제도 전반 '개혁'
아울러 이번 특별감사를 계기로 농협 제도 전반의 개혁을 병행 추진키로 했습니다. 인사·운영 투명성 확대, 내부감사 기능 정상화, 정부 관리·감독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추가 제도개선 방안을 위한 입법에 고삐를 죈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이달 중 농업계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농협 개혁 추진단'이 구성되며 감사에 드러난 문제는 제도개선 과제로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앞서 비상임 조합장 연임 제한, 외부 회계감사 주기 단축, 도농상생사업비 신설 등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김종구 차관은 "숙박비 관련 사항은 조금 더 검토를 해봐야 되겠지만 초과된 부분에 대해서는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를 하겠다"며 "직상금은 집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 안 돼 있는 상태로 직상금을 집행할 때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도록 시정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차관은 "이번 감사를 하면서 진행 과정 제보 103건이 있었다. 65건에 대해서는 저희가 했고 나머지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은 신속하게 할 예정"이라며 "익명제보센터에 도착한 651건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다. 확인 절차를 거쳐 경중에 따라 우선순위로 신속 집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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