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K-워터인 물 산업은 제조·디지털 역량과 인공지능(AI) 기반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K-물 산업이 해외 선진 시장의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판로 개척 등 실질적 전략 방안이 절실합니다. 세계 물 시장은 오는 2028년 약 1490조원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다자개발은행(MDB)들은 지난 5년간 물 안보 분야에 500억달러(약 67조원)를 투자하는 등 2025년부터 2030년까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물 분야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특히 노후 인프라 교체가 요구되는 미 물 시장은 거대 수요 측면에서 주된 공략처입니다. 노후 인프라 교체와 스마트 물 관리 도입이라는 명확한 타깃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 물 시장은 전통적으로 공공 조달 중심의 보수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미국 물 산업의 최고 권위자이자 상·하수도 통합 관리 리더격인 데이비드 라프랑스(David LaFrance) CEO가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2026)'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물 산업의 최고 권위자이자 상·하수도 통합 관리 리더격인 데이비드 라프랑스(David LaFrance) 미국수도협회(AWWA)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기업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혁신'뿐만 아닌 '신뢰', '현지화' 전략도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그는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2026)'의 현장 인터뷰를 통해 "최근 산업용 물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으며 수질 개선, 인력 효율화, 처리 효율성 증대 등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자체 중심의 공공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이 완전히 수용되기까지 20년이 걸리기도 한다. 혁신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변화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더욱이 미 물 시장의 화두로 '노후화'가 지목됩니다. 라프랑스 CEO는 "현재 미국 물 시장의 가장 큰 동력은 노후 인프라 교체"라며 "여기에 새로운 환경 규제와 물 부족 현상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해외 기업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이것이 바로 세계 최대 물 전시회인 웨프텍(매년 시카고·뉴올리언스 번갈아 개최)에 '한국관'이 별도 마련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매년 2만5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웨프텍 전시회에는 한국의 혁신적인 제품들이 미 시장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 산업계를 강타한 인공지능(AI) 열풍은 물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라프랑스 CEO는 물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통적인 토목·건설 중심에서 AI 기반의 데이터 중심 관리로 이동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물을 처리하고 운반하는 펌프와 파이프는 여전히 필요하겠지만 공정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영역은 AI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운영 효율을 높이는 프로세스 개선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물 산업의 최고 권위자이자 상·하수도 통합 관리 리더격인 데이비드 라프랑스(David LaFrance) CEO가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 2026)'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과 AI의 상호 의존성과 관련해서는 "AI 데이터 센터의 과열을 막기 위해 엄청난 양의 냉각수가 필요하다"며 AI와 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베올리아(Veolia)나 수에즈(Suez) 같은 글로벌 물 기업이 부재한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는 대기업 보증(브랜드 신뢰성)과 현지 파트너십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수장 운영자들은 절대 리스크를 택하지 않는다. 실패는 옵션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현대나 삼성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혁신 기술의 뒤를 받쳐주고 성능을 보증한다면 시장의 거부감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제조 시설을 갖추거나 마지막 조립 단계라도 현지에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 지자체들이 '메이드 인 USA'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현지 아웃소싱 영업팀과의 파트너십이나 유사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과의 라이선스 계약, 전략적 인수합병(M&A)도 유효한 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미국에는 외주 판매 조직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빠르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며 "완전한 생산이 아니라도,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하면 '미국 제품'으로 인식, 공공 조달에서 유리하다. 물 산업에는 사모펀드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기업 인수 기회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만난 폴 J. 슐러(Paul J. Schuler) 차기 회장도 미 시장 진입과 관련해 단독 진출의 어려움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라프랑스 CEO는 "웨프텍과 같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 기업들이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전시 동선을 최적화하고 소통의 장을 넓히는 데 힘쓸 것"이라며 한국 물 기업들의 적극적인 세계 시장 도전을 독려했습니다.
한편,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실증 사업 지원, 해외 판로 개척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부산=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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