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원유에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는 당장 국내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LNG 가격 급등이 전력 생산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어, 향후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카타르 라스 라판에 위치한 LNG 생산단지. (사진=뉴시스)
23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는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대 5년간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통제 불가능한 사유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는 이란의 공습으로 카타르 최대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이 피해를 입은 데 따른 것입니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번 공격으로 전체 LNG 수출 능력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는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LNG 수급에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카타르 의존도가 제한적인 데다, 단기적인 물량 공백도 호주와 미국 등 대체 공급선을 통해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정부 차원의 대응 계획을 마련했다”며 “올해 말까지 사용할 물량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LNG 수입량은 4672만톤이며, 이 가운데 카타르산은 697만톤으로 14.9%를 차지했습니다. 호주가 31.4%로 가장 많았고, 말레이시아가 16.1%로 뒤를 이었습니다.
다만 에너지업계는 수급 차질보다 가격 급등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초기 단계인 수일~3주에 그치더라도 LNG 가격은 최대 90% 상승할 수 있으며, 봉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상승폭은 최대 200%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실제 동북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에 따르면, 중동 사태 발발 전인 지난달 20일 100만BTU당 10.60달러였던 가격은 23일 기준 21.71달러로 뛰었습니다. 이는 한 달여 만에 약 104.8% 상승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LNG 시장 불안이 전력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국내 LNG 총수입량 4672만톤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89만톤이 발전용으로 사용됐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2분기 전기료 인상은 하지 않았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한 LNG 가격 상승이 발전 원가를 자극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철강·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부담도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국내 LNG 수입의 약 80%를 한국가스공사가 맡고 있는 만큼, LNG 가격이 급등하면 전력 원가를 자극할 수 있다”며 “정부가 추가 비용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산업계 전반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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