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융위원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정책에서 ‘부실의 풍선효과’가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당국은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나, 제1금융권 규제 강화에 따른 역설로 제2금융권(증권, 여전사)의 건전성 지표는 급격히 악화된 양상입니다.
7일 금융위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PF 익스포져는 연체율이 하락하며 지표상 관리되는 모습입니다. 작년 말 기준 익스포져는 17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6000억원 감소했습니다. PF 대출 연체율도 3.88%로 전분기 대비 0.3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당국은 이를 근거로 정상 사업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는 연착륙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자축했습니다.
하지만 업권별로 뜯어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제1금융권 지표는 호전됐으나 상대적으로 제2금융권의 부실이 수면 위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증권사의 본PF 연체율이 17.04%에서 20.26%로 급증했다는 점은 치명적입니다. 보통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보다 본PF가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데, 본PF 연체율이 오른다는 것은 이미 공사가 시작된 사업장조차 공사비 상승이나 분양 부진으로 돈을 못 갚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증권사의 전체 PF 대출 연체율도 0.73%포인트 증가한 28.38%를 기록했습니다. 브릿지론 연체율은 같은 기간 3.75%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47.69%란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대출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연체 상태입니다. 특히 2024년 말과 비교하면, 브릿지론(33.39%→47.69%), 본PF(14.49%→20.26%), 전체 PF 대출(20.65%→28.38%) 연체율이 1년 새 각각 14.30%포인트, 5.77%포인트, 7.73%포인트씩 폭등하며 건전성 악화 흐름은 뚜렷합니다.
악성 미분양에 본PF 연체율 증가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이 한 분기 만에 5.55%포인트나 급등하며 44.07%를 기록한 대목도 우려를 더합니다. 여전사는 은행권보다 규제가 느슨한 탓에 부동산 PF 시장에서 증권사와 함께 고위험군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해왔습니다.
토담대는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에서 땅값을 치르기 위해 실행되는 대출입니다. 실질적으로는 브릿지론과 유사하나, 금융당국 분류상 PF 대출이 아닌 일반 담보대출 형식을 취해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인허가받지 못하면 상환이 어려운 위험 매물임에도 규제를 피해 우회 대출 수단으로 활용된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PF 규제를 피하고자 ‘일반 토담대’ 꼬리표를 달고 나갔던 지방 오피스텔, 빌라, 상가 부지의 물량들이 경기 악화로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며 “사실상 사업지 10곳 중 4~5곳이 사고가 난 셈인데, 이는 하위 시장의 경착륙을 넘어선 추락을 의미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위가 제1금융권 위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발생한 풍선효과로 관측됩니다. 은행권에 대한 예대율 규제와 대출 한도 제한이 엄격해지자, 자금 수요가 규제가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쏠린 셈입니다. 은행이 거절한 고위험 사업장들이 수익성을 좇는 증권사와 여전사로 향하면서 시스템 전체의 위험 총량은 줄어들지 않은 채 취약한 고리로만 옮겨 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와 여전사는 고금리와 수수료를 노리고 은행이 꺼리는 브릿지론 비중을 대폭 늘려왔다”며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PF 보증을 서게 된 것이 현재의 높은 연체율로 돌아온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풍선효과는 부동산 경기 하강 시 부실이 무너지는 구조적 취약성을 키웁니다. 이미 실물 지표는 PF 건전성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습니다. 2월 말 기준 전체 미분양 주택은 6만6208호로 전월 대비 0.6% 감소했지만, 그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3만1307호로 전월 대비 5.9% 증가했습니다. 본PF 대출의 상환 재원인 분양 대금이 막히면서 증권사 본PF 연체율 폭등의 실질적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악성 미분양은 작년 말 2만8641호에 비하면 9.31% 증가해 급격한 우상향 중입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1.15%(2월 말 4292호), 지방은 10.73%(2만7015호)씩 증가했습니다. 중장기로 보면, 2022년 12월과 비교해 수도권은 1292호에서 올 2월까지 약 3.3배, 같은 기간 지방은 6226호부터 약 4.3배 늘어났습니다. 이는 지방 사업장에 집중했던 중소형 금융사들의 회수 불능 리스크가 확정적 손실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부실화된 지방 사업장…충당금 손실 우려
위험 노출도가 높은 개별 증권사의 재무제표에는 이미 부실의 흔적이 선명합니다. 아이엠증권은 지난해 말 대출채권 중 대지급금 규모가 2829억6000만원에 달하며 전년 대비 24.6% 급증했습니다. 이는 부동산 PF 매입확약 등 보증을 제공했던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증권사가 채무를 대위변제한 결과입니다. 부실에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 역시 전년보다 25.3% 늘어난 2197억9000만원이 적립됐습니다. PF 관련 매입확약 잔액은 4788억8000만원으로 2024년(4714억2000만원)보다 소폭 증가했으며, 특히 자기자본 대비 매입확약 비중이 40.5%에서 42.2%로 상승하며 위험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PF 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채권과 제때 받지 못한 이자인 미수수익의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타대출채권 규모는 1224억9000만원으로, 이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5.54%를 기록해 전년(3.59%) 대비 1.95%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스테이지2(요주의) 자산 830억원, 회수가 불투명한 스테이지3(손상) 자산이 121억8000만원에 달합니다. 특히 장부상 이익일 뿐 현금 유입은 끊긴 스테이지3 미수수익은 80억3000만원으로 1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스테이지2 미수수익도 3.6배 폭증(56억1000만원)하며 향후 실질적인 수익성 악화와 추가 손실 압력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8월 KDI는 지방 사업장의 정리 지연과 부동산 시장 부진이 PF 부실로 전이될 것이라며 정부 대응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지방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고 제2금융권 연체율이 늘어난 점은 당시의 경고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이란 사태 등 중동 불확실성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기조 유지라는 외부 악재는 정상 사업장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본비율 상향 등의 제도 개선안은 장기 과제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유동성 부족은 당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급성 질환입니다.
금융위의 연착륙 대책이 실물 시장의 부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풍선효과로 팽창한 제2금융권의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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