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세제 지원 논의가 국회 조세소위원회 안건에서 제외되면서 제도 활성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벤처·비상장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도입된 제도임에도 투자 위험성을 이유로 논의가 미뤄지면서 정책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벤처투자조합과 엔젤투자 등 다른 벤처 투자에는 세제 지원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BDC만 별도로 제동이 걸리며 '선택적 제동'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BDC 세제 지원 방안은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BDC는 일반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벤처·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형 공모펀드로 자본시장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투자 회수 기간이 길다는 점이 주요 우려로 제기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벤처·비상장 기업 투자는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투자금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는 설명입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공개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투자 회수 구조에 대한 우려가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논리가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조세 특례 제도는 일정 기간 시행한 뒤 효과를 평가해 연장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라며 "세제 적용 기간이 투자 회수 기간과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벤처·비상장 투자 특성상 일정 수준의 위험은 불가피하지만 위험성을 이유로 제도를 제한하기보다는 정책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벤처투자 자체가 장기투자 구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BDC만 별도로 문제 삼는 것은 정책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벤처투자조합은 통상 7~10년의 장기 펀드 구조로 운영되며 기업공개나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엔젤투자 역시 투자 이후 회수까지 평균 7~12년이 걸리는 장기투자 구조입니다.
정부 역시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장기투자 구조에 맞게 정비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월6일 '2026년 달라지는 벤처투자 제도'를 발표하며 벤처캐피탈의 투자 의무 이행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등 벤처투자 규제 완화에 나섰습니다.
정무적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세소위원장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BDC의 수익 구조와 개인투자자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며 관련 세제 지원 논의에 대해 여야 모두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회 또 다른 관계자는 "여야 협의 과정에서 BDC는 시급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고 국민성장펀드 관련 법안이 먼저 처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BDC가 자리 잡을 경우 자본시장을 통한 혁신기업 자금 공급 구조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BDC를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며 "자본시장을 혁신기업 성장의 플랫폼으로 키워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제 지원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첫 BDC 상품은 이미 출시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자본시장 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이달 11일부터 1호 BDC 상품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세제 혜택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 공모 대신 기관과 법인 등 전문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출발했습니다.
이 상품은 약 300억원 규모로 자금을 조성해 비상장 벤처기업, 벤처투자조합 지분, 코넥스 기업 및 중소형 코스닥 기업 등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당초 개인투자자의 벤처투자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BDC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기관투자자 중심 상품으로 먼저 출발한 셈입니다.
다른 운용사들은 세제 혜택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품 출시를 미루는 분위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인센티브 없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출시할 경우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도 취지였던 개인투자자 벤처투자 확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박수영 재정경제기획위 조세소위 위원장이 지난 3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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