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최근 주가가 110여만원까지 오르며 이른바 코스닥 대장주로 불리던 삼천당제약. 결국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며 주가는 40만원대까지 폭락했습니다. 이를 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공시보다 여론 환기용 보도자료를 우선하는 이른바 업계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2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실적 전망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배포했지만, 정작 공시에 이 내용은 빠졌습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올해 매출 목표 달성 여부도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특정 보도자료에 포함된 일부 정보가 공시 기준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었다”며 지정 사유를 밝혔습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여론을 악용해 실적 부풀리기로 주가 부양에 골몰하고 있는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양균 기자)
그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보도자료에 더 공을 들이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각 사업부서로부터 경쟁적으로 보도자료용 내부 문건이 홍보실로 올라오면 주가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선별해 장이 시작되기 이전 언론에 배포해 뉴스가 주가에 반영되도록 만드는 건 일종의 공식”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저평가된 회사 주식을 부양키 위한 노력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관건은 일반투자자들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해 어떤 판단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느냐 입니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신약 개발, 임상시험, 기술이전 등 현재 매출보다는 미래 연구개발 성과와 사업화 가능성에 따라 기업가치가 결정됩니다. 또 분야 특성상 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이해가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도 정보 이해의 허들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정보 자체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는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투자자에게 관련 기업의 ‘뉴스’는 곧 투자의 핵심 정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으로 기대감 키우고 먹튀?
최근 특징주 기사를 이용해 선행매매로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전 경제지 기자와 전업투자자들이 구속기소됐습니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바이오 주식을 미리 매수한 이후 호재성 기사로 주가를 띄우고는 주식을 팔아 1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뉴스로 만들어진 여론이 얼마나 제약바이오 주가 등락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며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를 제외한 어떤 제품도 시판되지 않았다. 여론을 통한 기대감 증폭→주가 폭등이란 공식이 적용된 셈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양균 기자)
또한 2020년 국내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임상시험을 신청했습니다. 임상에 나선 기업들은 대웅제약, 셀트리온, GC녹십자, 부광약품, 신풍제약, 엔지켐생명과학, 제넥신 등이었습니다. 기업들은 임상 추진부터 식약처 승인, 추진 진행 과정마다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주가는 폭등했습니다.
임상에 나섰던 기업별 2020년 1월 주가와 최고가는 △신풍제약 7320원→19만500원 △GC녹십자 13만1000원→40만6000원 △셀트리온 15만2000원→31만원 △제넥신 6만원→19만300원 △대웅제약 13만6500원→27만5500원 △엔지켐생명과학 6만3500원→17만원 △부광약품 1만1700원→3만1000원 등입니다.
정부는 연구비까지 지원했습니다만, 셀트리온의 치료제 렉키로나주를 제외하면 출시된 제품은 없었습니다. 여론을 통한 기대감 증폭→주가 폭등이란 공식은 이번에도 적용된 겁니다. 기업들이 이른바 ‘먹튀’를 했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당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국산 치료제와 백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그 기대감을 이용해 사익만을 추구했다면 대국민 사기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상장사는 일반투자자에게 공평하고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라면서도 “일부 기업들의 잘못으로 산업 전체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대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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