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스베이거스 잔혹사…강원랜드 112억 전손
정몽구재단엔 중요하지 않다던 독소조항 근거로 현대차증권 손배 제기
강원랜드도 "독소조항에 손해봤다"했지만…전문투자자 여부가 승·패소 갈라
2026-04-23 16:37:36 2026-04-23 18:01:2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더 드루(The Drew)’ 리조트 개발 사업의 전손 사태를 둘러싸고 판매사인 현대차증권이 법정에서 ‘이중 변론’을 펼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정몽구재단과의 소송에선 투자 판단에 중요하지 않다던 독소조항을 근거로, 정작 주관사들과의 소송에선 해당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며 이중 잣대를 보인 것입니다. 독소조항 탓에 손해를 봤다는 또다른 기관, 강원랜드는 투자 당시 위험을 걸러낼 필터가 부족했습니다. 증권사의 메일 한 통을 받은 당일 100억원 투자를 집행하는 등 공공기관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부실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서 현대차증권이 1심 부분 패소한 정몽구재단과의 소송에서는, 현대차증권이 원금 증발의 핵심 고리인 DIL(대체양도) 조항에 대해 "펀드 투자 여부를 좌우할 중요 부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변론했습니다. DIL(Deed in Lieu of Foreclosure)은 담보권 실행 대신 담보 목적물(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주는 제도로, 사건 부동산 프로젝트 기한이익상실(EOD) 이후 DIL이 행사돼 기관투자자들은 담보 처분에 의한 원금 회수에 실패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판매자이자 투자자였는데, 입장에 따라 논리가 바뀌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주관사들로부터 해당 라스베이거스 ABL(자산담보부대출) 메자닌 대출채권과 부수 권리를 190억원 상당 양수했었습니다. 이후 자산 및 권리가 손상되자 주관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DIL 조항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처럼 속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투자할 때는 "DIL을 안 알려준 것이 사기"라며 소송을 걸고, 정작 고객에게 팔 때는 "중요하지 않은 조항"이라며 책임을 회피한 것입니다. 다만,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DIL 조항 존재 여부를 알리지 않았던 점을 두고 싸웠던 소송에서 패소해 그 판결을 근거로 재단 소송에선 DIL 조항이 중요하지 않다는 변론을 전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DIL 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강원랜드는 내부통제 부실이 포착됐습니다. 강원랜드는 지난 2018년 10월12일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에 맡긴 투자일임재산 1000억원 중 100억원을 ‘더 드루’ 주니어 메자닌 펀드에 투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투자 결정 과정의 속도입니다. 미래에셋은 투자 당일인 10월12일 오전, 강원랜드 측에 "오늘 100억 원 투자 건이 예정되어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과 투자설명서(IM)를 보냈고, 강원랜드는 같은 날 즉시 100억원의 수익증권을 매입했습니다. 공공기관의 거액 자산 운용이 단 하루 만에, 그것도 증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보고로 실행된 결과입니다. 강원랜드는 이후 환헤지 비용으로만 약 12억8800만원을 추가 납입하며 총 112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으나, 전액 상각(손실) 처리됐습니다.
 
강원랜드와 정몽구재단이 투자 의사결정한 결정적 계기는 ‘34.3%’라는 낮은 담보인정비율(LTV)이었습니다. 증권사들은 이 수치를 내세워 "유사시 자산 처분만으로 상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가 부동산의 현재 가치가 아닌, 리조트가 완공돼 성공 가치를 가정한 ‘미래 예상 수익(DCF)’을 기초로 산정됐다는 점을 명확히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였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휴지 조각에 불과한 신기루였음에도, 증권사들은 담보가 차고 넘치는 것처럼 설명했고 사후 일부 배상 책임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강원랜드의 경우 이런 설명의무 위반 소지에도 1심 패소하고 항소심 중입니다. 강원랜드가 상장사로서 ‘전문투자자’ 지위에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재판부는 "전문투자자인 강원랜드는 증권사의 부실한 설명만 믿을 게 아니라 스스로 리스크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일반투자자 지위를 인정받은 현대차정몽구재단은 "LTV 34.3%와 부동산 담보라는 설명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인정되어 부분 배상(60%)을 받아냈습니다. 같은 상품에 투자하고도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100억원의 보상권을 박탈한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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