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한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14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무혐의 처리하고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의 이번 수사에 대해 김 전 처장 등을 재판에 넘기고 시형씨가 부지매입대금으로 건네받은 12억원을 증여로 보고 관련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이 청와대 등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와 만족할 만한 증거자료들을 확보하지 못해 각종 의혹들이 '미완'으로 남겨진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 시형씨 받은 12억, '증여'로 결론..청와대 공모도 밝혀내
시형씨는 이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현금 6억원을 건네받고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부동산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아 부지매입자금 12억원을 충당했다.
검찰은 1차조사 당시 시형씨가 부지매입대금을 확보하는 과정이 모두 시형씨의 주도로 이루어져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특검의 결론은 달랐다.
◇이광범 특별검사가 14일 '내곡동 사저부지 부당매입 의혹'사건 수사 결과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검은 시형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빌린 돈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김 여사로부터 '시형씨에게 매입자금을 증여할 의사가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내 시형씨가 가족으로부터 받은 12억을 모두 '증여'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특검은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과세자료를 강남세무서에 넘겼으며, 강남세무서는 특검으로부터 받은 과세자료를 검토해 차후 과세처분이나 증여세 탈루에 따른 고발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내곡동 특검팀'이 상주해 수사를 진행했던 서초동 헤라피스 빌딩
청와대 경호처 관계자들이 공모해 시형씨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성과다.
특검팀은 김 전 처장과 경호처 계약직 직원 김태환씨를 시형씨에게 이익을 줄 목적으로 감정평가를 통해 책정한 사저부지 금액인 20억9200만여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11억2000만원에 시형씨가 부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이 시형씨와 이 회장 등 대통령의 가족들에 대해 대면조사 원칙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소환조사를 실시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시형씨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지난 11일 방문조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서도 지난 1일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고, 경호처가 임의제출을 거부한 자료에 대해서는 강제수색을 시도한 점 등도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 청와대 비협조로 숱한 '의혹' 남겨
청와대는 특검의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보름간의 수사기간연장신청도 불허함으로써 특검 수사기간 내내 비협조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들을 모두 밝히지 못한채 수사를 종결해야만 했다.
특검은 시형씨가 사저부지 매입과정에서 부담해야할 중개수수료 1100만원을 경호처가 대신 납부해줬다는 정황을 잡았지만, 청와대 경호처가 회계장부를 내놓지 않아 결국 문제의 1100만원의 출처를 밝히는 데 실패했다.
특검은 또 시형씨가 이 회장과 주고받은 차용증을 청와대 관저 내에 있는 컴퓨터로 작성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파일 원본을 확보하려 노력했으나 청와대 관저 내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됨에 따라 차용증 진위여부를 조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검찰조사 당시 시형씨의 진술서를 대필해준 행정관의 신원과 대필 경위에 관련해서도 조사를 벌이려 했으나 대통령실의 비협조로 신원을 수사기관 종료 직전에 이르러 알게 돼 더 이상 의혹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시형씨에게 건넨 현금 6억원의 출처가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이라는 의혹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겨졌다.
◇수사결과 발표장에 나와 있는 '내곡동 특검팀'. 특검팀은 이상은 (주)다스 회장이 시형씨에게 건넨 6억원의 출처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으나 수사기간 제한으로 마무리짓지 못했다.
이광범 특검은 이날 수사결과발표 자리에서 "6억원의 출처와 관련해 수사를 해왔던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그러나 6억원이 시형씨의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쓰인 것은 확인됐지만, 그 출처가 어딘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을 갖고 "의혹 규명을 위해 특검이 노력한 것은 인정하지만 결론 일부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래의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정을 토대로 특검이 시형씨에 대해 증여로 단정한 것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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