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만물이 소생하는 5월입니다. 모든 만물이 싹을 틔우고 드디어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만 그와는 반대로 사라져야할 것도 적지 않습니다.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생활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것 중 하나가 메뉴판입니다.
모든 메뉴판이 다 사라져야할 것은 아니구요. 바로 부가가치세(부가세)를 별도로 표시한 메뉴판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식품위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올해부터 모든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부가세나 봉사료 등을 별도로 표시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당초 1월1일부터 시행됐지만 시중 상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제도가 바뀐줄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다 4월말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정착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이면 5월이고 바로 시행이 되는데도 말이죠.
이른바 '최종지불가격 표시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정부가 체감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것입니다.
그동안 규모가 큰 음식점이나 고가의 메뉴를 판매하는 고급식당에서는 부가세를 음식값과 별도로 받는 것이 관행이었는데요. 그바람에 결제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분들이 적지 않으셨을 겁니다.
주로 메뉴판 귀퉁이에 조그마하게 '부가세 별도', 'VAT 별도'라고 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5만원인줄 알았던 밥값이 결제할 때에는 5만5000원으로 불어난 것처럼 착시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죠.
정부는 이들 대형음식점 등이 부가세를 별도로 받으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음식값이 높아진다고 본 겁니다.
그렇다면 규모가 적은 동네 식당에서는 그동안 부가세를 받지 않았던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사실 부가세는 법에서 정한 일부 면세항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재화와 용역에 부과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때문에 동네 김치찌개집에서도 김밥집에서도 모두 부가세를 받아왔었습니다.
작은 음식점에서는 대형 음식점과 달리 부가세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음식값에 포함해서 받았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을 잘 하지 못했던 것 뿐이죠.
작은 식장에서 6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먹을 때에도 우리는 분명 음식값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를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부가세는 생산이나 유통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창출되는 새로운 부가가치에 대해 소비자가 세금을 내는 것인데요. 김치라는 재료를 사서 김치찌개를 만들면서 발생한 부가가치에 대해 소비자가 부가세를 부담하는 것입니다.
소비세의 특성상 소비자가 일일이 매번 물건을 사거나 밥을 먹을때마다 세무서에 세금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식당주인 등 사업자가 대신 세무서에다가 세금을 내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만 표시한다면 정부의 의도대로 밥값이 좀 싸질까요?
일단 지금까진 "글쎄요"입니다.
일부 음식점들은 부가가치세를 음식값에 포함하면서 오히려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기도 했답니다. 8000원에 부가세 별도로 받던 음식은 8800원으로 표시해야하지만 9000원으로 표시하면서 200원의 자투리 금액을 슬쩍 인상하는 식이죠.
소비자들이 한눈에 밥값을 확인할 수 있어서 선택을 쉽게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 가격인하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 하나 음식값과 별도로 세금을 지불할 때는 체감하고 있던 세금부담이 음식값에 포함되면서 마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같은 착시효과도 발생합니다.
우리가 기존에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을 먹을 때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던 때처럼 말이죠.
이번에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만 표시하도록 제도가 바뀌고 점차 제도가 정착이 되면 우리는 밥먹을 때 부가세를 낸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또 모릅니다. 부가세율이 10%에서 15%, 20%로 오르더라도 그냥 단순히 밥값이 올랐거니 하고 생각하게 될지도요.
내가 오늘 식당에서 사먹는 점심값에도 세금이 포함돼 있다는 것! 꼭 기억하세요. 언제 부가세가 오를지 모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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