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일일 생활권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교통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고속철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거대 고속철 프로젝트를 따기 위한 수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고속철의 국산화를 통해 한 국가의 기술력이 입증되면 해당 국가의 굵직한 프로젝트에 대한 해외 투자확대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을 비롯해 인도, 태국 등의 고속철 생산 사업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1,2위를 선점하던 프랑스와 일본의 기술력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도 하에 일대일로(신실크로드) 전략 등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철도 산업 성장성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이런 일대일로 전략의 수혜주로 주목받는 기업 '중국중차(CRRC)'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남차와 북차가 합쳐진 세계 최대 철도 생산 기업
중국중차는 중국 최대 철도 생산 기업이다. 철도와 도시 레일 교통장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 구성은 동차(20%)와 기관차(16.5%), 고속철(9%), 여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산 규모만 54조원을 넘어선 대기업이다.
지난 6월 중국을 대표하던 국영 철도회사 중국북차와 중국남차가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철도 공룡 ‘중국중차’가 탄생했다. 중국남차와 중국북차는 중국 철도차량의 1,2위를 나란히 차지했으며 중국 내 철도산업 비중의 95%를 차지해왔다. 효율적인 산업 구조를 위해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합병이 결정된 것이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중국중차는 철도 시장 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얻게 됐다. 이전에는 남차와 북차로 분산됐던 해외 철도 시장 내의 점유율이 통합되면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또 해외 시장에서 부품과 원자재 입찰을 위해 남차와 북차의 경쟁이 심화됐었던 부분이 감소하면서 입찰에 따른 수월함이 비용 절감으로 반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속철도는 첨단 산업으로 매년 투입되는 연구(R&D) 비용이 상당하다는 단점이 있다. 남차와 북차 역시 국영기업이지만 분리됐었던 만큼 R&D 과정에서 반복적인 투자가 이뤄졌었으나 합병으로 중복적인 연구비용이 줄어들게 됐다.
아울러 두 기업의 합병은 중국 고속철도시장 성장성과 맞물리며 이슈가 됐다. 중국의 철도 산업은 1990년 선진국들의 기술 도입으로 확대되기 시작해 2010년대에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는 중국 내 기술이 선진화되면서 자체 생산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해왔으며 앞으로는 세계 철도 시장에서 1위의 목표를 향해 발전하고 있다.
중국 철도 산업의 성장은 정부의 인프라 투자에 비례하고 있다. 중국중차가 정부의 인프라 투자 수혜주로 꼽히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고속철도 투자 규모는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확대되고 있다. 오는 2016년에는 정부의 인프라 투자 증가율이 연평균 19.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중차(CRRC) 직원이 당사 고속철 모델인 CRH380B 열차 앞에 서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전세계 수주 확보 통한 실적 개선
이전까지 중국중차가 남차와 북차와의 합병 이슈로 주목 받아왔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실적을 봐야 할 때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주 확보가 실적 호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중국중차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고속열차 기술력의 척도인 최고 속도 기록에 있어서는 중국중차의 고속열차 모델인 CRH가 487km/h 속도를 기록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차세대 고속열차 개발을 위해 500km/h 속도의 시험 차량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수주 확보도 공격적으로 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국중차의 계열사인 치다오쓰팡사가 홍콩의 철도(MTR)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이 48억위안(7억7900만달러)으로 중국 내 수주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차지한 것이다.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미국 동부 메사추세츠주에 716억위안(6000만달러)을 들여 미국 내 첫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완공 이후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가며 2018년에는 현지 철도 시장에 차량이 공급될 예정으로 미국 내 철도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대일로 전략으로 향후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 중심의 투자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중차의 상반기 성적표는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상반기 매출액은 918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6.85% 늘어나 47억위안을 기록했다. 상반기 해외 매출은 전년 보다 61.2% 급증했고 중국 내 매출 역시 1.5% 늘어났다.
연간 실적 전망도 호조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매출액은 47.4% 증가한 1765억위안, 순이익은 16.3% 증가한 88억달러로 예상된다.
주가도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중국중차의 현재 주가는 1년래 저점 수준으로 조정 받아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2배 수준이다. 올해 수주 확보를 통해 실적 모멘텀과 정부의 투자 확대에 따른 중국 철도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균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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