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었다. 출퇴근 시간을 아껴 아침, 저녁 있는 삶이 생긴 근로자들은 한때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택근무기간이 길어지자 점점 월급과 일자리를 걱정하게 됐다. 어느 회사든 비상경영 상황을 피하기 힘든 요즘이다.
사람들이 밖을 안 나가니 외식업은 그야말로 벼랑 끝 위기다. 대신 ‘집콕족’들이 간편식이나 건강기능식을 구매하며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듯했다. 식품 쪽에선 온라인, 마트, 편의점 등에서 일시적 매출이 급증하며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그런 수혜도 잠깐이다.
경제가 무너지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별 없이 소비가 줄 것은 당연하다. 건기식은 주식이 아니다. 가계가 힘들면 먼저 줄여야 할 지출항목이 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간단하게 사먹던 문화도 점점 식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 침체에 대비해 누구나 지갑을 닫는 분위기다.
수출에 한몫했던 화장품 업계도 한숨을 쉰다. 방문객이 없어 문을 닫는 면세점도 생기는 등 화장품을 팔 곳이 없다. 집 밖을 안 나가고 마스크를 쓰니 화장품은 기능을 잃었다. 화장품 위탁생산업체는 고객사 주문이 끊겨 재고만 쌓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분양은 그나마 괜찮아 보인다. 견본주택을 오픈하지 못해 마케팅을 걱정했지만 강력한 분양가 누르기에 청약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지방에선 점점 미분양 등 탈이 나는 곳들이 생긴다. 분양엔 딸린 식구들이 많다. 분양대행사나 마케팅, 광고대행사 등 하청업체들이 사이버 견본주택 위주로 바뀐 시장을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다.
미국과 유럽에 전염병이 퍼졌고 중동은 산유국 분쟁까지 겹쳤다. 이들 전세계로 상품을 내다팔던 중국과 중간재를 팔던 우리나라까지 수출은 갈수록 막막해진다. 내수경제로 버텨야 하니 재난기본소득 얘기도 전처럼 과언이 아니다.
이 위기의 다음에는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그동안 생각만 많고 현실에 부딪혔던 디지털 경제, 4차산업 혁명은 가뭄 속에 싹을 틔우고 있다. 다시 비가 내리고 꽃을 피울 날만 기다린다. 그러자면 먼저 잘 버텨야 한다. 시든 싹은 물을 줘도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
전무한 전염병 위기엔 전례 없는 특효약만 효과를 본다. 암에 걸린 사람이 병원에서 살길을 찾지 못할 때는 외딴 섬에서 약초 같은 걸 캐 먹으며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간혹 완치된 기적 같은 일도 들려온다.
하물며 내수로 버티기 위해 유통이나 건설 등 내수산업을 살리는 정책은 상식선이다. 지금처럼 준전시 상황이면 그동안 부정적이고 반대가 많았던 정책도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는 차별을 받는 온라인 규제를 풀어달라고 한다. 건설은 과거 부패한 토건세력이란 오명으로 경제정책에서 찬밥취급을 당한다. 이들 내수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사양화를 거치며 구조조정을 해왔다. 이미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니 지금은 그야말로 배가 가라앉는 골든타임이다. 규제나 예산을 풀어 구명하는 데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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