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돈과 생명 사이의 좁은 길
2020-08-26 06:00:00 2020-08-26 06:00:00
최근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잇따라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이를테면 지난 14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을 통해 "최근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수출과 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긴 장마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대외불확실성이라는 단서는 달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울한 전망만 이어지다가 모처럼 '희망'이 조심스럽게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다시 발목 잡혔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재확산하면서 모든 것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려 전국에 시행하기 시작했다.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국민이 함께 기울인 방역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그 첫째 원인은 광복절 광화문집회와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 몰지각한 교회발 감염 확산 사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다소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예컨대 광복절 연휴를 하루 늘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과 외식 쿠폰을 200만장 가까이 뿌렸다. 코로나19 사태가 거의 끝나간다는 착각을 유발한 셈이다.
 
정부가 조급하게 서두른 데는 경제를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환자가 급증하고 수도권의 병상이 부족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했던 내수 경기가 다시 얼어붙을 조짐이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은 지금 '돈'과 '생명' 사이의 좁은 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다. 때이르게 봉쇄를 풀었던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요즘 감염자 재확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생명 대신 돈을 선택한 결과 돈과 생명이 모두 위태로워졌다.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잘하기는 역시 어렵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결국 이 시점에서는 경제보다 방역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의 포로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한 국민들이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 자유롭고 활발한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국방과 치안 못지않게 방역도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다시 방역을 강화하다 보니 실물경제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률 하락폭도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사실 지금은 성장률 같은 수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걱정할 일은 서민들의 삶이 더욱 고달파지는 사태다.
 
이미 심각해진 실업문제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도 열었던 가게 문을 다시 닫아야 할 것 같다. 정말로 한국인의 삶에 전례 없이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태가 이쯤에서 멈춘다면 다행이지만, 더 번질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많은 국민들이 절망의 늪에 빠져버리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진정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노동자 해고사태와 자영 사업자의 사업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이를 위해 4차 추경과 함께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은 물론이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아직 유보적이다. 재정의 한계와 국가부채 급증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올 들어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세금징수는 시원치 않은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수요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양호하다지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4일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재난지원금을 또다시 지급한다면 소요재원을 국채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더욱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지원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재정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더 효과적인 대안만 있으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달리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다.
 
18세기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괴테에 따르면 "인간이 희망을 잃어버린 곳에서는 어떤 신도 살 수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많은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희망을 포기해 버리는 사태를 막는 일이다. 어떤 방법이든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한다. 정부가 정책적 상상력을 또다시 총동원해야 할 때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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