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닭값 '요동'…자영업자·소비자 '울상'
계란·닭고기 가격 동반 상승, 외식업계 부담 가중
국제 곡물가·환율 변동, 축산물 가격 상승 압박 요인
전문가 “구조적 안정 없으면 가격 변동 반복”
2025-06-10 14:19:24 2025-06-10 15:56:47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계란 한 판 가격이 4년 만에 7000원을 넘어서는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차질로 닭고기 가격도 동반 상승해, 제과·제빵과 김밥·분식 전문점 등 외식·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계란과 닭고기는 자영업과 가공식품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만큼 ‘식재료발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며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10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특란 10구의 소비자 평균 가격은 3817원으로 집계되어 지난해 동기 대비 1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구(한 판)를 구매할 경우 평균 소매가는 7034원에 달합니다.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후 4년 만으로, 최근까지 안정세를 유지했던 가격이 올해 3월부터 다시 급등세로 전환된 상황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계란 매대에 소비자들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격 상승의 출발점은 산지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3월 특란 10구 기준 산지 평균 가격은 1591원이었으나 4월 1773원, 5월에는 1838원으로 불과 3개월 만에 15.5% 상승했죠. 이러한 산지 가격 인상은 생산 농가의 비용 부담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요.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인해 사료비와 에너지 비용이 대폭 올랐고, 이로 인해 산란계 농가의 생산 원가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더불어 일부 농가에서는 AI 확산과 경영 악화로 인해 폐사 및 운영 중단이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감소, 공급 위축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닭고기 가격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국내 냉동 닭고기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재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의 출하가 지연되고 수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요. 브라질은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이자 국내 닭고기 수입의 최대 공급처로, 현지 생산 차질은 즉각적으로 국내 수급 시장에 영향을 미쳐 가격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제과·제빵·외식업계 이중고…“가격 인상 전가 어려워 고민”
 
계란과 닭고기 가격 상승은 외식업계와 식품 제조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제과·제빵 업계는 계란뿐만 아니라 버터, 우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동시에 올라 ‘원가 인상 폭풍’에 시달리고 있죠. 서울 강남의 한 제과점 운영자는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서면서 계란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의 원가가 상승했지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하면 마음대로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 매우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김밥과 분식 전문점 역시 식재료 비용의 60% 이상이 계란과 닭고기에 의존하는 만큼 ‘재료비 폭탄’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가격 상승은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계란은 국내 생산 비중이 높지만, 사료와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국제 시장 변동에 매우 취약한데요. 닭고기는 수입 비중이 높아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죠. 축산 경제 전문가들은 “수입 축산물 의존 구조에서는 외부 변수에 따른 가격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수급 체계 다변화와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 비축 물량의 순차적 방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닭고기 수입은 태국, 미국 등 다양한 공급처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도매 및 소매 단계에서 가격이 오른 상황이어서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소비자 이중 부담 심화…체감 물가 압박 커져
 
가격 인상은 현장에서 더욱 절실하게 체감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원가 상승에,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물가 부담에 고통 받고 있는데요. 한 식당 운영자는 “닭갈비와 계란찜 메뉴를 아예 제외할 정도로 부담이 크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부 식당은 메뉴를 전면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계란과 닭고기의 대체재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제과·제빵 제품에서 계란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닭고기는 삼겹살이나 소고기로 대체하기에는 단가 부담이 훨씬 큽니다. 이에 따라 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업계 관계자는 “1차 충격은 자영업자와 제조업체가 감내하지만 2차 충격은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계란과 닭고기 가격은 앞으로도 하락보다는 유지되거나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조류인플루엔자 재확산 여부, 국제 사료 가격 안정 속도, 수입 축산물 공급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여름철 무더위가 겹칠 경우 산란계 폐사 증가로 공급 부족이 심화될 우려도 큽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계란과 닭고기는 가격 탄력성이 낮아 단기간 내 수요 감소가 어렵다”며 “수입 다변화 등 구조적 안정 없이는 반복적인 가격 충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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