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통합공시 기존 자료 짜깁기"
2025-09-09 14:47:55 2025-09-09 16:55:55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깜깜이 공시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통합재무공시시스템'이 사실상 기존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공개된 것들을 단지 접근성만 높였다는 평가인데요. 자산운용 내역과 중앙회 경영지표 등 핵심 정보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앙회 공시 여전히 '깜깜이'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 5일 전국 1267개 새마을금고의 재무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재무정보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그동안 새마을금고는 다른 금융사와 달리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단위 금고 실적을 비교하려면 중앙회 홈페이지에서 공시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스템은 2023년11월 새마을금고 경영 혁신의 일환으로 도입했습니다. 
 
통합시스템으로 각 새마을금고의 △임·직원 현황 △점포 수 △재무 및 손익 현황 △자금 조달 및 운용 현황 △자산건전성·유동성·수익성·생산성 등 경영지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시계열로 비교할 수 있고 필요시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각 새마을금고의 경영 현황은 공개됐지만 정작 깜깜이 공시 논란의 중심이었던 새마을금고중앙회 경영지표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스템도 기존에 공시된 자료를 정리해둔 수준에 그쳐 공시 투명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새마을금고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으로 대규모 부실 사태를 겪었지만, 부동산 PF 운용 내역과 자산운용 내역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말 기준 7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유가증권·대출채권 평가 및 처분 손실 규모가 7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어디에서 부실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경영공시도 연 1회에 그치고 있으며, 자산건전성·경영관리능력·수익성·유동성 등 주요 지표 역시 단순 등급 형태로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각 새마을금고와 중앙회의 공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는 소관 부처가 행안부라는 점입니다. 다른 금융사는 금융위원회 소관으로 경영 상황을 나타내는 공시 항목과 방법을 금감원장이 정하지만, 새마을금고는 공시 항목과 방법을 중앙회장이 직접 정합니다. 전국 새마을금고 규모가 시중은행과 맞먹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공시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농협·수협·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들도 상호금융업감독규정 제9조에 따라 각 조합 중앙회장이 정한 기준으로 경영공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시 내용이 불성실할 경우 금감원장이 정정 공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감독 권한이 행안부에 있고, 새마을금고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금감원장이 직접 정정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자료나 수치가 나열된 수준일 뿐 깜깜이 공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작 중요한 중앙회 경영지표는 여전히 열람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적한 부분은 새마을금고의 경영 상태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내역"이라며 "새마을금고는 어디에 투자했고 어디에서 부실이 발생했는지 공개를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새마을금고의 부실 공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나왔습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행안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경영 상황과 주요 정보를 은행권과 유사한 수준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감독권 이관 논의 장기화
 
새마을금고 부실과 관리·감독 사각지대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감독권 이관 논의가 불붙었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인해 실제 논의가 진척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새마을금고가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것 아니냐"며 "금융위로 넘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던데, 행안부가 관리하다 보니 지자체에 위임돼 있지 않은가"라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감독 측면만 보면 필요성이 크다"며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관계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행안부가 지난 7일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금감원이 분리되고 금융위가 해체될 예정이어서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금감원 직원들 역시 개편안에 반발해 단체 행동에 나서면서, 감독권 이관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새마을금고 감독권에 대해 직접 언급한 만큼 속도가 나지 않겠냐"면서도 "금융감독체계가 17년 만에 바뀌는 만큼 잡음도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가 자리를 잡고 이관에 대해 논의를 해야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되면서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새마을금고 지점. (사진=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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