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기자가 뜯어본 대법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문
2025-05-03 06:00:00 2025-05-03 06:00:0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대법원이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관 12명의 의견은 10 대 2로 갈렸습니다. 이번 대법원 선고는 다른 사건 또는 선거법 위반 사건의 처리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사건 진행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사진=뉴시스)
 
앞서 이 후보는 20대 대선을 앞둔 지난 2021년 12월 <채널A>의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엔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취지입니다.  
 
이 후보는 또 2022년 경기도지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 진행된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한국식품연구원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고 발언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 부분, 백현동 관련 발언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지난 3월 2심 재판부는 1심 선고 결과를 뒤엎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을 제외한 부분은 피고인의 인식에 관한 발언일 뿐 행위에 관한 발언이라고 할 수 없고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는 발언 또는 허위의 발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은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부분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의적 해석 여지도 있어 ‘피고인이 해외출장 기간 중 김 전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만 해석할 수 없고 발언의 허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백현동 관련 발언은 그 의미가 ‘국토부의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피고인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이는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습니다. 일단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2심의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은 이 후보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원심이 위 두 발언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잘못 해석된 발언의 의미를 전제로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 두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겁니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 등을 처벌함으로써 선거운동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선거의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으로 봅니다. 선거 절차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돼야 하지만 그 보호의 정도는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자신에 관한 사항에 대해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국면에서는 일반 국민이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가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은 후보자의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 특히 의견과 사상의 영역에 속하는 정치적 표현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도, 공정한 선거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선거인의 알 권리와 선거권 등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허위사실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용인될 수 있는지는 그 허위사실이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에 대해, △검사가 2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골프 발언에 관한 공소사실이 골프 동반의 교유행위에 관한 허위사실공표임을 분명히 적시한 점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의 골프 동반 행위는 둘의 관계에 대한 의혹에 관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로서 주요한 사실인 점 △골프 발언은 ‘이 후보가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다의적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 점 △실제로 둘이 함께 골프를 친 점 등을 이유로 골프 발언은 이 후보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분석하고 추론하기보다는 발언의 당시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특정된 하나의 주제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인 일련의 발언이 흐름상 특별한 주제 전환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면, 그 연결된 발언 전부가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공표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하나의 연결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사후적인 세분 또는 인위적인 분절을 통해 표현 당시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백현동 발언’에 대해, △백현동 발언은 ‘백현동 부지의 4단계 용도지역 상향이 이 후보가 준 특혜가 맞느냐’는 취지의 주제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인 점 △당시 이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이나 질의 모두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 상향과 관련한 것이었고 일반 선거인의 관심도 백현동 부지에 집중돼 있었던 점 △백현동 발언은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국토부가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다’는 취지의 발언과 ‘국토부가 의무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되는 점 △백현동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이 아닌 점 등을 이유로 백현동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원합의체 12명의 대법관 중 반대의견을 낸 두 명(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궁극적으로 과거에 있었던 피고인의 행위나 교유관계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국민의힘에서 공개한 사진이 조작됐다’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큰데도 불구하고,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 기본 원칙에도 반한다는 겁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는 △2심 해석과 같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점 △백현동 발언은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이 있다고 해도 허위의 사실로 볼 수 없는 점 △이 후보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행한 정책에 대해 정치적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그 정치적 책임이 국토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의견 표명에 해당하는 점 △여러 설명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면서 이 후보의 주관적인 평가도 혼재돼 있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은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그동안 대법원의 판결례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들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향후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절차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더라도 다가오는 대선이 끝나기 전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후보가 유력한 대선후보인 만큼 사법리스크로 인한 혼란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혼란과 사법 불신을 해결하려 했다는 대법원의 의도와는 다르게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이러한 논란이 없도록 허위사실공표죄를 좀 더 세밀하게 규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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