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장 진단)⑩'낮은 수익률·인력 이탈'…KIC 박일영 사장 앞에 놓인 과제
기재부 영향력 속 100% 정부배당 논란
글로벌 국부펀드 대비 낮은 수익률…우수 인재 이탈도 발목
"보존에 머문 조직…혁신 찾아볼 수 없어"
2025-07-04 16:19:02 2025-07-04 16:19:02
[뉴스토마토 오승주·김지평 기자] 지난해 9월 한국투자공사(KIC)를 이끌 아홉 번째 수장으로 박일영 사장이 취임했습니다. 그는 불확실성이 확대된 글로벌 투자 환경 속에서 수익률 방어와 인재 확보라는 주요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박 사장은 국제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국제개발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에서 대외경제국장, 개발금융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선임 자문관과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을 지내며 글로벌 경험도 풍부합니다. 
 
2005년 설립된 KIC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해외에 투자해 운용하는 국부펀드입니다. 외화보유액의 안정적 운용과 국부 증식을 통해 미래 세대에 자산을 이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KIC의 운용자산 규모는 총 2065억달러(약 282조1409억원)에 달합니다.
 
배당 압박·인재 유출…경영 시험대 
 
박일영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인구문제 인식개선 릴레이 캠페인에 동참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IC)
 
KIC는 기재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기관으로 주무 부처 역시 기재부입니다. 사장도 기재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어 기재부의 영향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역대 사장 9명 가운데 6명이 기재부 등 경제 관료 출신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운영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지적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배당 논란입니다. 지난해 기재부는 처음으로 KIC에 100% 정부배당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KIC는 당기순이익 943억원 전액을 배당했습니다. 이는 기존 60~80% 수준이던 배당성향과 비교해 이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조치는 박 사장 취임 이전에 결정된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KIC의 미래 발전방향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한 선례는 아니라며 KIC가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향후 배당정책의 원칙과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KIC 측은 "배당성향은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배당정책과 당기순익, 사업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정부와 협의를 거친 후에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박 사장은 녹록지 않은 투자환경에 대응해 KIC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부터 5년간 KIC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7.09%로, 국민연금(7.43%)보다 낮고 노르웨이(GPFG) 9.47%, 일본(GPIF) 9.91% 등 글로벌 국부펀드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익률 방어를 위해선 우수 인재 확보가 관건인데요. 그러나 KIC는 공공기관인 만큼 민간과 비교했을 때 투자인력에 대한 처우에 한계가 뚜렷해 인력 이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핵심 인력인 전통투자 운용역 퇴직률은 2021년 12.1%, 2022년 12.3%를 기록했고, 2023년엔 3.4%로 감소했다가 2024년 다시 5.5%로 반등했습니다. KIC 내부 구성원도 "업무 전문성에 비해 급여와 보상 체계가 시장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박 사장이 해결해야 할 인사·조직 관리 과제로도 직결됩니다.  
 
ESG와 충돌한 투자·조직문화
 
지난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투자공사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일영 한국투자공사 사장(가운데)과 내외빈이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KIC)
 
ESG 투자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글로벌 국부펀드는 인권 침해나 역사적 책임 회피 기업 등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ESG 기준에 따라 무기 제조, 환경 파괴 등의 기업을 투자 제외 리스트에 올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반면 KIC는 일본 전범 기업으로 지목된 기업에 대한 투자로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KIC가 2024년 8월 기준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 관련 기업 30곳에 총 8636억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국제 규범에 따라 필요한 경우 투자 배제 원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익률을 맞추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을 다 투자 배제로 놓는 것은 지수와 괴리가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여성 임원이 전무하다는 점도 KIC의 ESG 경영 측면에서 비판받는 지점입니다. 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KIC는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여성 임원을 단 한 명도 두지 않았습니다. 
 
ESG 중 '사회(S)'와 '지배구조(G)' 항목 모두에서 성별 다양성은 핵심 평가 기준으로, 고위직 내 여성 대표성 부재는 의사결정의 편향성과 조직 문화의 폐쇄성을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되는데요. 국부펀드로서 ESG 책임투자를 강조하는 KIC가 내부 운영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IC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한국투자공사라는 이름만 보면 매우 거창하고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투자기관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실제 내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면서 "내부 시스템이 허술하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공무원 문화에 가까운 조직 운영으로 성과 중심보다는 위험 회피적 태도가 만연해 혁신보다 보존에 집중하는 경향"이라면서 "이런 구조적 한계가 KIC의 저조한 운용 수익률과 미흡한 리스크 관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 출신 전문가가 들어가서 수습하기 어려운 상태라 공무원 출신 인사가 주로 기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재호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장은 "국부펀드라면 싱가포르의 테마섹을 모범적인 모델로 지향해야 하지 않겠냐"며 "창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혁신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승주·김지평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