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한미 간 관세율이 15%로 상향되기 전인 올해 상반기 국내 제지업계의 대미 수출은 1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는 관세율이 이전(10%)보다 더 오르게 됐지만, 업계는 동남아·중국·캐나다 등 고관세 국가 대비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전략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채산성 악화 돌파를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와 수출국 다변화, 고수익 시장 집중 전략 등이 꼽힙니다.
상반기 미국 인쇄용지 수출 실적 14% 감소
1일 한국제지연합회·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제지 수출은 17만5204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줄었습니다. 인쇄용지는 13.7% 감소한 13만8011톤을 기록했고, 신문용지는 91.9%나 급감했습니다.
다만 백판지는 13.5% 증가한 4137톤을 기록하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올랐고, 골판지 원지도 95.9% 급증한 242톤을 기록했습니다. 기타 지종 역시 9.1%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품목별 희비가 갈린 것은 기본적인 관세 영향 외에 글로벌 수요 변화, 물류비, 품목별 경쟁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됩니다.
특히 가장 큰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인쇄용지는 작년 10월부터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 6월에는 1만8942톤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올해 4월부터 적용된 한미 10% 관세가 수요와 가격 구조에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제 15%로 상향된 관세가 하반기부터 본격 적용되면서 수출 감소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제지 지종별 대미 수출 실적 현황. (자료=한국제지연합회)
"동남아·중국보다 유리…EU·일본과는 동등"
다만 업계는 이번 관세 협상이 불리하지 않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EU,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과 동일하게 15%의 관세를 부과한 만큼, 경쟁 여건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다"면서 "동남아나 중국, 캐나다처럼 고관세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여러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 중입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 대해 35%로 관세율을 급격히 인상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30%의 고율 관세를 계속 유지하며 협상 중에 있습니다. 베트남(20%), 태국·캄보디아·인도네시아·필리핀(19%) 등 동남아 국가들도 한국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담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비교 우위에도 불구하고 제지업계가 직면한 원가 압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해상 운임 급등과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여기에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는 양상인데요.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한솔제지는 지난 5월 미국 내 감열지 가격을 10% 인상하며 수익성 방어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업계는 당장의 관세 변수는 해소됐지만 하반기에는 더욱 큰 시험대에 올라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출 물량 감소와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단순한 가격 인상만으로는 수익성 방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주요 제지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수출국 다변화, 고수익 국가 집중 전략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제지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율이 15%로 고정된 점은 캐나다·동남아 등 경쟁국 대비 명백한 이점"이라며 "이 차이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해외 거래처 다변화, 고수익 국가 중심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국 미국 상호관세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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