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펀드부터 비관세까지…이제부터 '본게임'
"트럼프, 정상회담서 투자·비관세 등 전방위 양보 압박"
2025-08-03 17:38:58 2025-08-03 17:38:5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미 양국이 15% 상호관세 적용과 3500억달러(약 487조원) 대미 투자 약속에 합의했지만, 서면 계약은 따로 없습니다. 펀드 운용 구조, 수익 배분, 쌀·쇠고기 등 비관세 분야를 둘러싼 이견도 여전합니다. 사실상 미국에 유리한 틀이 짜인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이어질 세부 협상에서 한국이 얼마나 실리를 챙길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투자'라지만…운용도 수익 배분도 미국 중심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 통상협상을 위한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면 합의 문건은 없다"며 "짧은 기간 동안 주로 구두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했습니다.
 
대미 투자와 관련된 내용은 '비망록'에 모두 명시해 일본보다 훨씬 많은 안전장치를 뒀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확대, 수익 배분 변경 등을 추가로 요구할 경우 분쟁으로 번질 소지는 여전합니다.
 
정부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중 1500억달러(약 209조원)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에 대해선 투자처 결정 등에 한국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입장입니다. 미국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자금은 2000억달러(약 276조원)의 '전략산업 투자 펀드'에 역시 한정된다고 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략산업 투자 펀드의 투자처 역시 미국이 보증하는 안전한 분야, 산업적으로 합리적인 분야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싶다고 하면, 양측이 협의해 2000억달러 한도 내에서 대출이나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이 제시한 3500억달러는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는(owned and controlled) 투자"라고 밝혔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한국의 3500억달러 펀드에서 나오는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했습니다.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2000억달러 펀드는 '지분 투자'(Equity)가 아닌 보증(Credit Guarantee)과 '대출'(Loan) 등을 중심으로 조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란 표현은 간판일 뿐, 한국이 대출 부담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모두 지고, 미국이 운용·수익 회수 주체가 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김 실장은 미 측 주장에 대해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국 내에서 발생한 수익을 재투자하는 개념을 말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세부 협상에서 공방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AP뉴시스)
 
끝나지 않은 '쌀·쇠고기 개방' 요구…방위비·알래스카 LNG도 불씨
 
김 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거듭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큰 틀의 합의'에 그치는 만큼, 향후 세부 내용을 채워 나가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농축산물부터 디지털에 이르는 비관세장벽 분야에서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협상 타결을 알리며 "한국은 미국에 완전히 무역을 열기로 동의했다"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에서 미국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한국이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역사적 개방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도 이르면 이달 중순께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피해 갈 수 없는 사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의 10배 수준인 100억달러(약 13조7600억원)로 인상해야 한다거나, 국방비 총액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도 꺼지지 않은 불씨입니다. 정부는 "미 측으로부터 사업성 평가를 위한 최소한의 기초자료가 넘어오면 검토하겠다"며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은 한·미 조선 협력 펀드를 끝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협상 카드를 소진한 상태입니다.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이 알래스카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한 점은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트럼프는 이재명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투자,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문제 등에서 한국의 추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한국이 매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새 협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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