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6년 새 정규직 10% 줄여 비정규직 60% 늘린 은행들
2025-08-27 16:20:54 2025-08-27 17:02:24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최근 6년간 시중은행들이 정규직을 10% 줄이면서 비정규직을 60% 늘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역대 최대 이익을 경신하고 있는 은행들이 청년 신규 채용 등 사회적인 요구는 외면한 채 주머니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2018년 대비 비정규직 2배 훌쩍
 
(그래픽=뉴스토마토)
 
 
27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 2018년 말 6만9432명에서 지난해 말 6만4633명으로 4799명(6.91%)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정규 직원은 7184명(10.98%) 감소했으나 비정규직 직원은 2385명(59.86%) 증가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규직 중 일반직 직원들은 6만2924명에서 5만7382명으로 5542명(8.81%) 줄었고, 무기계약직은 2524명에서 882명으로 1642명(65.06%) 급감했습니다.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모두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감소 추이를 보이다가 지난해 소폭 증가했습니다. 
 
비정규직 직원은 같은 기간 3984명에서 6369명으로 2배가량 늘었습니다. △2019년 4549명 △2020년 4447명 △2021년 4636명 △2022년 7564명 △2023년 5725명 △2024년 6369명 등으로 꾸준하 증가해왔습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정규직 축소 경향은 채용 기조에서도 드러납니다. 은행들은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함과 동시에 퇴직자를 다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습니다. 
 
4대 은행의 공개채용 규모는 상반기 기준 2023년 1000명에서 2024년 530명으로 절반가량 줄였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540명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해당 기간 신한은행이 250명에서 90명으로 160명(64%) 채용 인원을 가장 큰 폭으로 줄였고 국민은행이 250명에서 110명(56%)까지 줄이면서 뒤를 이었습니다. 하나은행이 250명에서 150명으로 100명(40%%), 우리은행이 250명에서 190명으로 70명(24%)씩 각각 채용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전체 직원 수도 감소세입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1만2540명으로 전년 동기 1만3072명 대비 532명(4.07%) 줄어 감소 폭이 제일 컸습니다. 국민은행은 1만5773명에서 1만5300명으로 473명(3%) 감소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수는 1만4218명에서 1만4038명으로 180명(1.27%), 하나은행이 1만2003명에서 1만1916명으로 87명(0.72%)씩 각각 줄어들었습니다. 
 
"영업점 감축으로 채용 줄여야"
 
은행들이 정규직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것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점포 수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점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이 적어지면서 신입 직원을 그만큼 덜 뽑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으로 영업점이 줄어들다 보니 새로운 직원 채용을 늘리는 게 아무래도 어렵다"며 "신입 채용을 늘려 인원이 많아질 경우 인사 적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영업점은 2019년 말 6121개, 2022년 말 5831개, 2023년 말 5747개, 지난해 10월 말 5690개로 감소했습니다. 2023년 4월 은행 영업점 폐쇄에 관한 내실화 방안 시행 등으로 감소세가 둔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의 은행 영업점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역대급 실적에도 채용 외면
 
하지만 은행들이 최근 계속해서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확대로 채용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습니다. 1분기에도 3조8000억원 순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30.3% 성장했습니다. 
 
게다가 앞서 은행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비정규직 감축을 공언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은행들은 지난 2017년 비정규직 제로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습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비정규직 사무 인력 40%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또 기간제로 채용했던 사무직 역시 일괄 정규직 형태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NH농협은행도 모기업인 농협금융지주와 중앙회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대대적인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 대다수는 콜센터 직원뿐만 아니라 전문직 IT직군도 있고 인턴 등도 포함돼 통계적으로 보면 비정규직 증가로 비춰질 수는 있겠다"며 "다만 노동의 질도 일반직과 크게 다르지는 않고 해당 통계만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만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6년간 시중은행들이 정규직을 10% 줄이면서 비정규직을 60% 대폭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은행들은 사회적인 흐름에 맞춰 신규 채용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혀왔는데 실제로는 정규직 인력을 줄이고 비정규직만 늘리면서 이익만 늘린 것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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