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트럼프 발 관세 여파와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에 금값이 끝도 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돌 반지 한 돈을 사려면 70만원 이상이 필요해졌습니다. 1년 전에 비하면 50% 오른 겁니다. 2026년까지 연준의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10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올해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1트로이온스당 3682.2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전장보다 0.13% 올랐습니다. 이날 장중 한때 3715.2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국제 금값은 지난 4월 사상 최고치를 낸 뒤 8월까지 약 3300~3500달러 선을 오갔으나, 8월 말부터 금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 시세도 이에 따라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지난 9일 기준 금 1kg 종목 가격은 종가 기준 1g당 16만7740원으로 직전 최고가인 16만3530원을 넘어섰습니다. 9일에는 일일 거래량이 1093kg에 달하며 2014년 3월 시장이 개설된 이후 사상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한국금거래소 기준 순금 1돈 시세는 70만6000원(부가세 포함)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81% 올랐습니다. 작년만 해도 40만원대에 금반지(1돈)를 장만할 수 있었으나 1년 새 70만원으로 상승한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금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 연준의 완화 기조가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되리라는 전망 속에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수치를 나타내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발표되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경기 침체나 불확실성이 높을 때 수요가 증가합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금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가 떨어지면 금값은 오릅니다. 금리와 역의 관계인데요. 또한 금리가 하락하면 화폐가치가 낮아지면서,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감소하면서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WSJ 등 주요 언론에서는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 대신 금을 매입하는 것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30톤에 불과했던 중앙은행의 금 보유 순증 규모는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260톤으로 확대됐습니다. 중국이나 폴란드, 인도 등 미국과 대립 관계이거나 지정학적으로 불안한 국가들이 주로 금을 늘려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금 매수도 금 가격 신고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값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 올해 안에는 3400달러에서 3800달러를 전망하는 분석이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상반기 중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에서 경우에 따라 5000달러까지 가능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상반기까지 온스당 4000달러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연준 통화정책 완화(금리인하) 기조는 '안전자산과 인플레이션 헤지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을 여전히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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