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이효진 기자] 스트롱맨(강성 지도자) 리더십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내치도 강경파가 독주하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전을 이끄는 추미애(위원장)·나경원(야당 간사 내정자) 의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내치에도 이른바 스트롱맨 전성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실제 여야 모두 강성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립의 강도가 이전보다 세졌습니다. 각 당의 여론도 강경파가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이 최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속도를 내고 여야의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합의안을 파기한 것은 모두 당내 강경파 의원들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아스팔트 극우 세력과의 연대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지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정치도 강성 정치인이 지배하는 이른바 '스트롱맨' 전성시대가 열린 겁니다. 여야의 극단적 대결 구도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판 수위 높이는 '정앤장'…법사위도 '추·나 대전'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은 물론 당대표 취임 이후에도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하고 사과와 반성 없이는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노상원 수첩'을 두고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발언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겨냥해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빨리 답변하길 바란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또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내란재판부 추진 의지도 분명히 했습니다. 정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는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편향성, 지귀연 판사의 침대 축구가 불러온 자업자득임을 명심하시기를 바란다"고 꼬집었습니다.
장동혁 대표도 대여 장외투쟁 채비에 나서면서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 세력과의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 대표는 전날 첫 부산 일정으로 윤석열씨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 반대를 외쳤던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세계로교회'를 찾으며 '윤 어게인'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법안에 대응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하에 다시 아스팔트 극우 세력의 힘을 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권을 향한 장 대표의 강경한 발언도 계속됐습니다. 장 대표는 이날 부산시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주당의 내란재판부 추진에 대해 "국회가 나서서, 정치집단이 나서서 법원에 내란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북한이나 중국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발상"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두 대표의 장외 설전에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내부 충돌도 점차 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이 6선의 추미애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에 맞서,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출신의 5선 나경원 의원을 법사위 야당 간사로 인선했습니다. 판사 출신인 두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릴 때마다 입법 현안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습니다.
최근 두 사람은 조 대법원장의 거취와 내란재판부 설치 문제를 두고 여론전을 벌였습니다. 추미애 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조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부를 향해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사법 독립을 위해서 조 대법원장은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법사위원장이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것 자체가 헌정사에 있을 수 없는 월권이다. 법사위원장이 할 말인가"라며 추 위원장을 비판했습니다. 이어 기자회견에선 "헌법과 삼권분립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자 독재국가로 가기 위한 선전 포고다. 지금은 계엄 같은 것이 아니라 계엄보다 더하다"며 여당의 내란재판부 추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성 지지층에 기댄 여야…강경 발언 더 세진다
여야가 상대를 향해 극단적 발언에 나서는 것은 각 당의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로 보입니다. 최근 특검법 협상을 둘러싸고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 역시 강성 지지층 여론을 의식하다가 당정 간 갈등으로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또 추 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한 데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추가 브리핑을 통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정리했는데요. 이 또한 대통령실이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 입장을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실기한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각 당 강성 지지층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여야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극한의 대결 정치'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대표는 당선 직후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에 대해 사과·반성이 먼저다. 그러지 않고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야당 대표와의 악수 거부를 선언했고, 장 대표는 당선 일성으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겠다"며 반정부 투쟁을 천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치권은 강성 팬덤이 움직이고 있다"며 "강성 팬덤이 자본을 움직이고, 그 지원으로 권력을 얻은 정치인은 이들에게 편승하기 위해 강경한 발언의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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