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대장동 1심 선고 '항소 포기' 여파로 물러나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고 했습니다. 이날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등에 대한 '윗선 개입' 등 자세한 입장을 퇴임사에서 밝힐 걸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 대행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열었습니다. 앞서 노 대행은 지난 7일부터 대장동 1심 항소 포기 후폭풍이 이어지자 12일 오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노 대행은 항소 포기 결정 일주일 만에 물러난 셈입니다.
노 대행은 퇴임식에서 "최근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많은 후배 검사들의 선배로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장동 1심 선고 항소 포기와 관한 언급으로 풀이됩니다. 검찰 지휘부의 항소 포기 결정에 관해 일각에선 '검찰의 무분별한 항소 제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른 쪽에선 '공소를 제기하고 항소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추구하는 검찰이 자살을 택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다만 퇴임사에서 노 대행은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이번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나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했던 논의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을 피했습니다.
노 대행 아울러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의에서 국민의 선택권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형사사법 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인해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들께서, 일차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던 곳뿐만 아니라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있는 검찰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사건을 살펴봐주기를 바라시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영될 필요가 있다"라고도 전했습니다.
그간 대검은 노 대행의 지휘 아래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보완수사권 유지 등 검찰 개혁의 주요 쟁점에 대해 내부 구성원 의견을 취합하고 법무부와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소 포기 후폭풍으로 인해 정치권에선 검찰의 보완수사권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란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제한하려고 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관한 노 대행의 우려로 해석됩니다.
노 대행은 특히 항소 포기 이후 벌어지는 이른바 '검란'(檢亂)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보탰습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상항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춰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면서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노 대행이 언급한 '검찰 구성원들이 전한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우려'란 8일 새벽에 나온 대장동 수사·공판팀의 입장문과 일련의 성명을 가리킵니다. 7일 검찰 지휘부가 대장동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포기를 결정하자 이 사건 수사·공판팀은 항소 포기를 '부당한 지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친윤'(친윤석열)의 핵심인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항소 포기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전국 검사장 18명은 집단 성명을 내면서 가세했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검란으로 규정하고, 항명에 대한 검사징계법까지 추진키로 했습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 수석부대표는 전날(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적으로 항명하고 있는 세력들은 당연히 징계받아야 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집단 항명에 참여한 모든 검사들을 징계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다"고 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검사는 탄핵에 의해서만 파면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 조항을 없애고 일반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다른 공무원과 동일하게 징계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했습니다.
한편, 노 대행은 지난 7월1일 이재명정부 출범 후 대검 차장으로 승진했으며, 같은 날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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