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설계자와 재건축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 거는 기대 '방위산업처'
2025-11-19 06:00:00 2025-11-19 09:52:30
'설계자'가 돌아왔다. 17일 취임한 이용철 제14대 방위사업청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청장은 20년 전인 노무현 정부 당시 개청한 방사청의 설계와 개청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가 20년 만에 방사청의 최고 지휘관으로 복귀했다. 취임 일성으로 '제2의 개청'을 선언했다. '설계자'가 책임지고 '재건축'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 끝은 '방산 4대 강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대는 방사청 개청 당시를 되돌아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전두환 정부의 '노스롭 사건', 노태우 정부의 '율곡비리 사건', 김영삼 정부의 '린다 김 사건' 등 역대 정권마다 방산 비리 사건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앞선 김대중 정부에서 발생한 방산 비리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이원형 비리 사건'이다. 육사 26기 예비역 소장으로 국방부 획득정책관과 국방품질관리소장을 역임한 이씨는 대공포 도입 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이 드러나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터지자 노무현 정부는 고질적인 비리의 사슬을 끊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 작업의 책임자가 바로 이 청장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반부패제도개혁을 맡고 있던 이 청장을 국방획득제도개선추진단장에 임명하고 방사청의 밑그림을 그리게 했다. 개청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기득권을 둘러싼 숱한 저항이 있었고, 전문성을 문제 삼은 이 청장 개인에 대한 공격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저항을 이겨내고 내놓은 결과물이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2006년 1월1일 탄생한 방사청이다. 개청 이후 이 청장은 2인자인 차장으로 취임해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했고 제도 개혁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판단, 10개월여 만인 그해 10월 홀연히 방사청을 떠났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방사청이 'K-방산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년 전 뿌린 국방획득제도개선의 씨앗이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성과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청장도 취임사에서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혁신에 대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현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듯이 환경이 변했고, 위상도 변했다. 이에 걸맞은 '새집'을 지을 때다. 이런 인식이 '제2의 개청' 선언의 배경일 것이다.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으로 방위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시점에 취임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마지막 단좌(1인승) 시제기인 5호기가 최초 비행에 성공하는 모습이다.(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이 청장은 취임사에서 '재건축'될 방사청의 목표를 명확히 했다. 방산 수출 200억달러, 수출 점유율 5% 달성, 방위산업 4대 강국 구현이 그것이다. 이 청장은 방산이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듯하다. 취임사에서 방사청이 여전히 내수 중심, 획득 중심의 조직 체계와 업무 관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더 이상 방위산업이 획득 사업의 수단에만 그치지 않아야 하고 방산 수출 육성과 지원 역시 획득 행정의 부수적 효과에 머무를 수 없다고도 했다. 그 끝에 방사청의 이름을 방위산업청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방사청 개청 취지를 가장 잘 아는 이 청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방사청 개청으로 얻은 성과는 잘 살리면서도 20년이 지나면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재건축' 방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군 관점에서는 투명성이 효율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반짝 수출'이 아닌 지속 가능한 K-방산이 돼야 한다. 관점의 변화가 절실하다. 이제 K-방산은 국방의 영역을 넘어 국가 차원의 첨단전략산업이 됐다. '재건축'된 방사청이 현재의 기능에 산업적 관점을 가미한 국방부 외청 '방위산업청'이 아니라 정부 전 부처의 관련 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방위산업처'가 돼야 하는 이유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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