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지출' 80조 돌파…재정 '경고등'
조세지출 매년 늘었다…국세수입보다 증가율 높아
지선 앞 선심성 조세지출…부분별 일몰 연장 '과제'
2025-11-18 17:29:37 2025-11-18 20:38:13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조세지출(국세감면액)이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조세지출 증가세가 세수 증가 속도를 앞지른 지도 오래인데요.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세지출이 표심용 정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세지출이 세수 증가 속도 '앞선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가 세액공제와 감면 등 각종 조세지출 항목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당초 17일에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한·미 관세협상 국회 비준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다 하루 미뤄졌습니다. 조세소위는 이날부터 여야 의원 간 의견을 교환한 후 오는 28일 조세 관련 법안을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입니다. 
 
조세지출은 정부가 일정 기간 세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예산을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재정지출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흔히 '보이지 않는 지출'로 불립니다. 소득공제·세액공제·우대세율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부의 조세지출은 매년 느는 추세입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6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내년도 조세지출은 80조5277억원으로 예상됩니다. 조세지출예산서가 도입된 지난 2010년 이후 80조원을 넘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제는 매년 각종 감면·공제로 깎아주는 세금 규모가 정작 들어오는 세수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10월1일 공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조세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6.4%로 같은 기간 국세수입 증가율(5.0%)을 웃돌았습니다.
 
내년 6·3 지방선거까지 겹치며 조세지출이 표심을 겨냥한 정책으로 변질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에서 개정·폐지를 예고한 항목들 가운데 업계 반발이 큰 사안들이 주요 대상으로 꼽힙니다. 특히 선거 국면에선 감면 혜택 축소나 폐지가 지역 민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정치권이 개입할 여지가 커집니다.
 
대표적으로 상호금융 예탁금·출자금 비과세 혜택 합리화 조치의 원상복구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호금융 혜택 합리와의 경우 농어민 외 고소득 준조합원에게 저율분리과세를 도입해 과도한 면세 혜택을 줄이는 게 골자입니다. 업계에서는 예탁금 이탈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미용성형 의료용역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를 종료하는 방침에 대해서도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박수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분별한 일몰 연장도 '구멍'
 
무분별한 일몰 연장도 조세지출의 구멍입니다. 조세 일몰은 세금 감면처럼 특정 조세특례에 대해 정해진 기간만 혜택을 주고 그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폐지되는 제도입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지출 항목은 72가지로 이 중 65건의 일몰이 연장됩니다.
 
65건 중 6회 이상 일몰이 연장된 항목은 26건에 달합니다. 전체의 36.6% 수준입니다. 이들의 2025년 조세지출 감면액(잠정치)은 13조3567억원으로 전체의 71.2%에 육박합니다. 대표적으로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4조3859억원 △재활용폐자원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 특례 1조7680억원 △벤처투자조합 출자 등에 대한 소득공제 2027억원 등입니다.
 
특히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일몰 연장이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총급여의 25%를 초과해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의 15%를 최대 200만~300만원까지 공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카드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지난 1999년 도입됐지만 근로소득자 세 부담 감경을 이유로 10번의 일몰 연장이 이뤄졌습니다.
 
기재부는 정책목표 달성 효과가 미미하다며 중장기적으로 해당 제도를 축소·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제도 개선 방향 제시 없이 일몰 특례 적용 기한을 오는 2028년까지 3년 연장하고 자녀 수에 따라 공제한도를 상향하는 세법개정안까지 내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기재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올해 1~9월 정부 관리재정수지는 102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월별 관리재정수지 집계가 시작된 이후 2020년(1~9월) 108조4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전문가들은 세수 확충을 위해선 세율 인상 검토보다 조세지출 손질이 우선이라고 지적합니다. 세금을 걷을 때 세율을 올리는 방식보다 감면을 줄이는 방식이 부담이 덜하다는 격언을 되새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세율을 올릴 정도까지 세수가 필요하다면 (세금) 감면부터 정리해야 하는 게 정석"이라며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초과 부담은 그만큼 경제적 부담이 큰 방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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