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넘자 '북·중·러'…화약고는 'K-핵잠·주한미군'
'동맹 현대화', 국제 정세 변수로
신냉전 구도 속 정부 역할 '주목'
2025-11-18 18:04:06 2025-11-18 18:19:13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로 관세 협상의 허들을 넘었지만, '북·중·러 반발'이란 또 다른 파고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특히 팩트시트에 담긴 '한·미 동맹 현대화'는 현 정세를 악화시킬 '화약고'로 꼽히는데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이어 주한미군의 억제 대상이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로 확대된 것은 북·중·러의 반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재명정부가 한·미·일 대 북·중·러란 '신냉전' 구도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북 "한국 핵잠, 핵 도미노 초래"…팩트시트 발표 나흘 만에 첫 반응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팩트시트엔 동맹 현대화의 밑그림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동맹 현대화는 미국의 핵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 주한미군의 억제 대상 확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협력 등으로 요약되는데요. 이 중 핵 능력을 활용한 확제 억제 부분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역할도 변화했습니다.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중요 경쟁국으로 억제 대상을 넓혔습니다. 실질적으로 한국의 방위 전략이 한반도를 넘어 미국의 '역내 억제 체계'를 뒷받침하는 셈입니다. 실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날 위아래가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언급하면서 한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중심축이라고 밝혔습니다. 
 
핵추진 잠수함과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는 당장 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북한이 이날 한·미 팩트시트 발표와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대해 내놓은 첫 공식 입장은 비판 일색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해 "엄중 사태"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논평을 통해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이라며 "핵 도미노를 초래할 것이고, 보다 치열한 군비 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우리 국가에 변함없이 미한의 대결적 기도가 다시 한번 공식화, 정책화됐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이익, 지역의 평화 수호를 위한 보다 당위적이며 현실 대응적인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논평은 한·미 팩트시트와 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이 지난 14일 발표된 지 4일 만에 북한이 내놓은 공식 반응입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지난 9월3일(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잠 추진에 중국도 "우려"…중·일 갈등 격화에 동북아 '신냉전'
 
북한의 이런 태도는 최근 우방국인 중국이 내놓은 입장과 동일합니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13일 언론간담회에서 "한·미의 핵추진 잠수함 협력은 국제 비확산 체제,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보와 직결된 것"이라며 "한국이 관련 각국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중국 견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견제 메시지를 낸 겁니다. 특히 '각국의 우려를 고려해달라'는 발언은 향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진행 경과에 따라 북·중·러 차원의 공동 대응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경우, 최근 일본과의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문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일본 정부를 향한 중국 정부의 비판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양상입니다. 특히 중국은 이날 서해(황하이)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잇달아 진행하며 일본을 향한 무력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 영화 배급사들이 일본 영화 상영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중·일 갈등의 격화는 신냉전 구도를 강화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로선 관세 협상의 고비를 넘은 지 얼마 안 돼서 또다시 북·중·러 반발을 마주하게 됐는데요. 특히 내년 4월에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이어 북·러 합동 열병식, 북·미 회담까지 일정이 진행될 경우, 결과에 따라 신냉전 구도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노골화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도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신냉전 구도로 가면 양자택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상당히 괴로운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김 소장은 "냉전의 흐름 속에도 반냉전의 흐름이 있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로 냉전적인 흐름에 일방적으로 편승하는 것은 우리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 현 상황을 전략적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외교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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