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두 개의 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위를 통과했습니다. 이달 말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법안 제정 속도는 붙었지만, 실제로 양대 기간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쟁력 회복의 마중물이 될지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20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전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21일 산자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27일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입니다. 심사를 통과한 안건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두 건입니다. 공급과잉, 고환율, 글로벌 통상규제, 저탄소 전환 압력 등 복합 위기를 맞은 기간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출하기다리는 광양제철소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40년 만에 부활한 ‘철강법’
업계에서는 K스틸법이 40년 만에 부활한 ‘철강법’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980년대 ‘철강공업육성법’ 이후 철강산업만을 대상으로 한 단독 법률이 사실상 사라져 있었던 만큼, 복합 위기 속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 관리 틀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법안에는 저탄소·수소환원제철 등 대규모 전환기술 R&D 지원 근거, 정부의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저탄소 철강특구 지정 및 저탄소 공정 전환 지원,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예외 규정 등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세제·재정 지원, 예타 면제, 특성화 대학 육성, 전력 직거래 등 업계가 요구해온 굵직한 지원 장치는 상당 부분 빠졌습니다. 녹색철강 기술 투자 등 지원 근거는 남았으나, 초안에 담겼던 ‘보조금 지원’ 조항은 통상 마찰 우려 등으로 최종 심사 과정에서 제외되거나 문구가 조정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한국 철강 관세 인상(25→50%)과 EU의 철강 TRQ 축소로 연 약 8700억원의 추가 관세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 제정의 실효성이 산업 존속과 직결된다는 입장입니다. “지원법이라기에는 힘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NCC 감축 논의, ‘담합 예외’ 규정
석유화학특별법의 핵심은 NCC(나프타분해시설) 통합·감축을 위한 기업 간 논의를 ‘공정거래법상 담합 규제 예외’로 명확히 규정한 것입니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석화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당시 NCC를 보유한 국내 10개 기업은 연간 에틸렌 생산량의 최대 25%인 약 370만톤 감축에 합의했지만, 이러한 논의가 담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또 법안은 석화업체가 자율협약에 따른 감축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면 60일 이내에 심사를 완료하도록 해 공급과잉 해소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석화특별법 역시 연구개발·설비투자 지원과 사업재편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하고 있으나, 기업이 체감할 실질적 재정지원의 범위와 강도는 향후 시행령과 추가 입법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미 석화업계가 사업 구조 전환 자율협약을 체결한 만큼, 내년 본격적인 설비 조정 단계에서 법률적 지원 효과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재편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들이 통과는 됐지만 업계에서 원하는 전기료 인하 등은 빠져 있다”며 “시행령에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기면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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