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까지 했지만…은행권 주4.5일 없던 일로
2025-11-20 14:36:44 2025-11-20 14:55:22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권의 주 4.5일제 조기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갔습니다. 금융노조는 4.5일제 도입 논의는 배제하고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도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측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20일 금융노조 등에 따르면 현재 주요 시중은행 지부들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들어가면서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4.5일제 도입하기 위한 대책 등 논의를 하는 곳은 전무했습니다.
 
앞서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지난달 23일 제5차 산별교섭회의를 개최하고 2025년도 임금협약 등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약에서 금융노사는 업무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기관별 상황에 맞게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바에 따라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4.5일제 여부도 향후 TF(테스크포스팀)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는 '고객 불편과 인건비 증가가 없어야 함'을 전제로 합의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기퇴근제를 시행할 경우 은행 창구의 영업시간을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유지해 고객 불편을 줄인다는 설명입니다. 
 
1시간 근무 단축도 노사 이견 팽팽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시중은행 지부들은 1시간 조기 퇴근에 대한 산별교섭 결과가 나온 만큼 올해 임단협부터 논의를 당연히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사측은 산별에서 한 합의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며 교섭의 주도권을 넘기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4.5일제는 현재 논의되고 있지 않고 금요일 1시간 단축에 대해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권에서는 노사 간 합의가 시작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요일 1시간 근무시간 단축은 산별 교섭에서 합의한 사안이므로 합의 취지에 맞게 노조와 성실히 논의하고 있으나 영업시간은 개별 은행이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4.5일제의 경우 현재 합의된 사항이 없는 상황으로 논의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5일제 도입은 금융노조, 당국, 은행이 모두 협상 중에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아직 확정된 뭔가를 말하기에 좀 빠른 면이 있다"며 "현재 점포 운영이나 인력 배치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요일 1시간 단축 근무에 대한 논의만 진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력한 의무 방침이 아니다 보니 지부별로 논의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며 "1시간 근무 단축도 사측의 태도를 보면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많은데 이러다 4.5일제가 사실상 없던 일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산별 논의가 권고안 수준에 그치고 실제 도입 여부는 각 은행의 인력·수익 구조에 따라 달라져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산별교섭 합의안에 정말 따를 의지가 있다면 1시간 근무 단축 논의라도 진척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산별교섭에서 임금 상승률 수준을 정해줘도 지부마다 다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력·점포 감축 기조와 안맞아
 
은행 근무 환경이 4.5일제 도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은행권은 매년 희망퇴직 규모를 늘리고 신규 채용을 줄이는 기조를 이어가면서 점포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2024년 상반기 5만6510명에서 올해 상반기 5만5301명으로 1년 새 1209명 감소했습니다. 4대 은행 지점 수는 올해 9개월만 보더라도 149곳 감소했습니다. 
 
인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4.5일제 도입은 인력 재배치와 추가 인건비 부담을 야기할 수 있어 사측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탄력점포의 경우 혼란은 더욱 큽니다. 산업단지 노동자나 외국인 고객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유지해 왔는데, 금요일 단축근무를 시행할 경우 직원 추가 배치나 순환근무 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이미 인력 감축과 점포 축소를 병행하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실행할 여력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당국도 4.5일제 도입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이찬진 금감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4.5일제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당시 김형선 위원장은 "4.5일제는 대통령 공약이자 국회 논의가 진행되는 사안"이라며 "금융권이 다시 한번 노동시간 단축을 이끌어야 한다"고 다자적 논의 구조 마련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권의 여건이 다른 업종보다 앞서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금융소비자 불편 가능성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신중하게 논의하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 측이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제 도입하고 4.5일제 논의도 지속하기로 합의했으나 사측이 현실성 등을 이유로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금융노조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