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발행어음 대전)①투자처 공백…'BDC·패키지딜'이 해법될까
금융당국, 신규 발행어음 인가 맞춰 모험자본 발굴 지원
기업 발굴부터 수익내기까지 시간 오래 걸려 부담 커
작은 딜부터 IPO까지, 패키지딜 통한 투자처 발굴 주목
2025-12-09 06:00:00 2025-12-0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4일 17:3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증권업계 최대 화두는 금융당국의 신규 발행어음 인가다.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기조 속에 7년 만에 다시 인가 절차가 추진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자금 공급 여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모험자본 발굴과 부동산 편중 포트폴리오 조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에 <IB토마토>는 새해부터 본격화될 발행어음 시장 확대의 의미를 짚어보고, 동반될 리스크와 증권사별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도입 목표는 국내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다. 최근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신규 인가에 발맞춰 모험자본 발굴 지원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 발굴엔 현실적인 여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참여나 패키지 딜을 통한 발굴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험자본 발굴 나선 금융당국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해 모험자본과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제도·데이터·평가 공조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금융권 벤처투자를 제약하는 규제 해소 방안과 투자 수익성 확보를 위한 기술평가정보 등을 논의한다.
 
중소벤처기업부·금융감독원 업무협약식 사진(출처=중소벤처기업부)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모험자본 정책 성패는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적시에 자금이 공급되고 회수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달려있다"라며 “혁신 중소기업과 금융권의 동반 성장 요구에 부응하는 모험자본 지원체계를 확립하겠다”라고 밝혔다.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신규 발행어음 인가에 발맞춘 모험자본 발굴 지원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규 발행어음 증권사 자금운영 기준에 따르면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증권사는 새해부터, 신규 발행어음 초대형IB의 경우 오는 2028년까지 발행어음 조달 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모험자본으로 분류되는 투자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과 주식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상생결제 및 벤처캐피탈·신기술사업금융사·하이일드펀드 등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A등급(A+ ~ A-) 회사채 발행 총액은 9조800억원이다. 이어 BBB등급(BBB+ ~ BBB-) 회사채 발행 총액은 1조2020억원에 불과하다. P-CBO도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올해 집행 규모는 5865억원, 신용보증기금도 올해 발행규모가 5조원에 그친다.
 
올 2분기 말 기준 주요 증권사 발행어음 조달 잔액 규모는 44조원이다.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회사채 시장과 P-CBO 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모험자본의 투자처는 현재로서는 규모가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기업발굴 한계…BDC 활용한 간접투자 대안
 
금융당국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발행어음 선순환 구조는 금융권이 신생 유력 기업을 발굴하고 기업 성장 과정에 맞춰 자본을 공급하는 형태다. 금융감독원과 중소벤처기업부의 협업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금융권이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한편 수익을 내기까지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표적 예는 한국투자증권의 디앤디파마텍(347850) 투자 건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디앤디파마텍 지분투자에서 발굴과 기업공개(IPO) 주관, 상장 후 수익실현까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년여가 걸렸다. 난관도 많아 공모가 산정에선 적자 주관이란 오명에 시달려야 했고 IPO 직후엔 저조한 주가에 기업 고평가 논란을 견뎌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업계가 주목하는 모험투자 대안은 BDC다. BDC는 개인투자 공모 자금을 비상장 기업에 조달토록 설계된 공모펀드다. 금융당국은 3일 BDC 도입을 공식화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개정안에 따르면 BDC는 비상장 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완료한 벤처조합 또는 코넥스·코스닥 상장기업에 자산총액의 60% 이상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운용사 자격에서 증권사는 제외됐다. 증권사가 기존 보유한 기업의 주식을 BDC에 편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증권사 BDC 참여는 벤처캐피탈(VC)과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IMA 증권사와 초대형IB 증권사는 모두 계열 자산운용사가 존재한다. 증권사 계열 자산운용사를 통해 BDC 출자 지원 등의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패키지 딜, 해법으로 부상…"소규모 딜에서 모험자본으로"
 
결과적으로 모험자본 투자처 발굴은 증권사 몫이다. 다소 막연한 과제에 업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기업 발굴 계획은 준비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투자처 발굴의 해답으로 '패키지 딜'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상장된 에이피알(278470)은 가장 성공적인 딜로 뽑힌다. 기업 설립 초창기 자금조달부터 IPO와 사업 확장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역량이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이뤄졌기 때문이다.
 
에이피알 신규상장 기념행사 (사진=한국거래소)
 
에이피알이 국내 증권업계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당시 에이피알은 공동대표가 퇴임해 생긴 잔여 지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배구조 이슈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김병훈 대표는 퇴임한 공동대표의 지분을 매수해야 했다. 인수 자금 조달 방법을 찾던 김 대표는 DB(012030)증권(당시 DB금융투자), 케이프(064820)투자증권과 금융자문계약을 맺었다. 증권사 자문에 따라 김 대표는 특수목적법인(SPC)인 넥스트스테이지를 설립했고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 이를 해결했다. 이후 하나증권이 2022년 넥스트스테이지로부터 보통주 4만4444주(공모 후 지분율 0.59%)를 매입해 이후 IPO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패키지딜은 자문에서 시작해 기업 전반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에이피알의 경우 자문과 담보대출, 지분투자 등이 각 증권사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 전과정에서의 딜 수임이 한 증권사에서 이뤄진다면 성공적인 모험자본 투자의 대안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은 모험자본 투자 계획이 다소 막연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에이피알과 같은 사례처럼 작은 딜에서 시작된 기업발굴이 모험자본 투자로 이어지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