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가족들이 윤석열씨 부부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SBS> 라디오 '주영진의 뉴스직격'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가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원 게시판 사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씨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다수 올라온 데 대해 작성 주체가 한 전 대표 가족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입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날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작성돼 여론 조작 정황이 확인됐다"며 한 전 대표의 책임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오늘 당무위에서 제가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도 있던데, 저는 당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장동혁 대표가 이번 사안의 전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일명 '김옥균 프로젝트' 논란을 언급하며 "저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여러 공격이 있었을 때, 당시 신뢰하던 장동혁 의원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당시 장 의원은 여러 방송에 나가 '익명 게시판에 문제없는 글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아주 강력하게 말했었다"며 "장 대표가 당대표가 된 후 정치 공세를 위해 다시 꺼내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년간 전말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게시판은 당에서 당원에게 익명 글쓰기를 허용한 공간"이라며 "정부나 권력자를 비판한 글을 두고 쓴 사람이 누군지 색출하는 전례를 남기면 안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당원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묻는 말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대로 가야 한다는 칼럼을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가족이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린 게 비판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니 저를 비난하라"며 "가족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당무감사위 발표 후 당내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필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사임 날 나온 발표"라며 "고의라는 의심까지 들 정도로 정무적 판단이 놀랍다. 이렇게 연달아 재를 뿌리기도 쉽지 않다"고 직격했습니다.
반면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 정도면 부끄러워 정계 은퇴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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